TK '올인'에서 전략변경… 先서울·수도권 중도 유권자 겨냥
  •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7일 경기 수원 지동교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가락 네 개를 펼쳐들며 기호 4번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7일 경기 수원 지동교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가락 네 개를 펼쳐들며 기호 4번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5·9 대선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을 맞아, 당분간 서울·수도권 유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17일 수원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서울·인천·경기에 나를 지지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주는 TV토론을 제외하고는 내일도 모레도 수도권에 거의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략의 근본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후보는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연고지인 대구·경북(TK)에 집중해왔다.

    지난달 28일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취재진과 가진 문답에서도 "대구에는 괴롭게 입다물고 사는 분들이 많다"며 "대구도 더 자주 가서 시민들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답했었다.

    그런데 3주간 진행되는 대선 공식선거운동기간 첫 주에 수도권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일정 상의 '결정' 차원이 아닌, 선거 전략 상의 '결단'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러한 방향 선회의 배경으로 이번 대선의 특수성을 들고 있다.

    종래의 대선은 '보수 대 진보'로 치러져 이른바 '49대51'의 싸움이었다. 서로 '집토끼'를 결집한 뒤,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산토끼'를 잡는 경쟁의 수순으로 흘렀다.

    이번 대선의 양상은 전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라는 강력한 진보좌파 후보가 버티는 상황에서, 보수 유권자들은 '누가 과연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표선수인가'를 놓고 '전략적 투표'를 고민하고 있다.

    중도에 터잡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보수층의 표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호남 표심을 양분하는 등 전통적인 보수 후보가 결코 가지지 못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맞상대로 평가받고 있는 까닭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만 해도 이번 대선을 "진보 2명·중도 1명·보수 1명의 4자 구도"로 표현하면서 안철수 후보를 '중도'로 지칭했다가, 중도는 물론 보수 표심까지 쏠려가자 뒤늦게 '얼치기 좌파'로 표현을 수정했다.

    최근에는 '얼치기'도 빼고 안철수 후보를 그냥 '좌파 후보'로 부르고 있는데, 이러한 용어 변천도 이번 대선의 특수성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7일 경기 수원 지동교에서 열린 유세 직후 경기권의 바른정당 국회의원들인 유의동(경기 평택을) 홍철호(경기 김포갑) 김학용(경기 안성, 사진 왼쪽부터) 의원과 함께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7일 경기 수원 지동교에서 열린 유세 직후 경기권의 바른정당 국회의원들인 유의동(경기 평택을) 홍철호(경기 김포갑) 김학용(경기 안성, 사진 왼쪽부터) 의원과 함께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 외에는 방법이 없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는 달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처럼 중도층으로서의 외연 확장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평가받는다.

    진작 중도를 겨냥했더라면 안철수 후보처럼 '산토끼'를 상당수 확보하고 '집토끼'들에게 '반문(반문재인) 대표선수'로서 지지를 호소할 수도 있었을텐데,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의 특수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같은 실수를 뒤늦게 깨닫고 먼저 서울·수도권의 중도층으로부터 인정받아 지지율을 높인 뒤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TK에 어필하는 방향으로 수순을 바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후보는 이러한 전략 변경에 따라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공약을 발표하는 등 수도권과 중도층 유권자들을 상대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발표된 '경기도 공약'에는 △GTX 조기착공 등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서비스 대폭 확대 △서울~문산,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조기 준공 및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조기 착공 △경인선 지하화 △경기동북지역 규제 합리화 △영종~옹진~강화~고성 접경지역 동서연결망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있었던 대선 출정식 이후 첫 공식 대중 유세 일정으로는 수원 영동·지동시장이 선택됐다. 바른정당 김학용 경기도당위원장은 "대선 유세 첫날 기호 4번 유승민 후보가 경기도의 심장 수원, 수원의 심장 영동·지동시장을 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선거 첫날 존경하는 수원시민 여러분께 인사드리러 찾아왔다"며 "과거를 보지 않고 미래를 보고 투표한다면 반드시 유승민을 써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상대 후보들에 대한 격렬한 성토도 뒤따랐다.

    유승민 후보는 "안보관이 불안하기 짝이 없고 경제는 무능한 1번 후보에게 맡기겠는가, 아니면 이제까지 사드를 반대하다가 선거 코앞에 두고 표를 좀 얻어보려고 보수 흉내내기를 하는 3번 후보에게 맡기겠는가"라더니 "막말·꼼수·무자격의 낡은 보수 후보에게 이 나라를 맡기겠는가"라고 유력 경쟁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호 4번 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며 "나와 함께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5월 9일 대선까지 기적의 역전드라마를 반드시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