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흑색선전 즉각 중단하고, 진실에 대한 검증을 하자"
  • 지난 19일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일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민순 전 외무장관의 관련 문건 공개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의혹'이라는 뻘밭에 제대로 빠져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국민의당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손학규 중앙당선거대책위원장은 22일 경남 창원 소답시장 국민승리유세에서 "어제(21일) 아침에 송민순 전 외무장관이 문재인 후보가 거짓말을 하니까 북한에서 온 전통문과 메모를 내놓았다"며 "거짓말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문재인 후보가 뭐라고 대답하던가, 북풍몰이라고 했다"며 "할 말이 없으면, 대답이 궁하면 북풍이라고 뒤집어씌우느냐"고 개탄했다.

    아울러 "민주당에서는 한편으로는 북풍몰이라고 뒤집어씌우고, 한편으로는 (문건을 공개한 송민순 전 장관의 배후에)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거짓말쟁이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 공박했다.

    지난 19일 KBS 1TV를 통해 생중계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사전문의 관련 질문에 대해 "북한에 물어봤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송민순 전 장관이 21일 메모와 전통문을 공개했다. 메모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하며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文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메모야 작성자가 임의로 작성할 수 있다고 해도, 함께 공개된 전통문의 내용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통문에는 "남과 북은 지난 10월 역사적인 수뇌선언에서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며 "남측이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이라는 내용의 협박성 어조가 담겨 있다.

    또 "남측이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과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며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겠다"는 '공갈'로 끝맺고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른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결재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진실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울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1일 울산광역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른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결재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진실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울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 전통문은 누가 봐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중을 물어본 뒤에 답지한 회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의 협박과 공갈에 굴복해 기권 결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위 메모와 결합해보면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문재인 후보가 그간 수차에 걸쳐서, 가장 최근에는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에서도 이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손학규 위원장이 문재인 후보를 가리켜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찍은 것은 이 점을 공세의 포인트로 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북관(對北觀)이 쟁점이 되면 이념 결집을 통해 돌파해볼 수 있겠지만,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한 것은 쉽게 타개하고 해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나중에 혹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남북관계상 찬성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넘어가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그렇게 애시당초 솔직하게 밝혔으면 되는 것을 왜 거짓말했느냐'라고 공격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이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원래 거짓말을 잘하는 후보라고 해서 검증의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다른 후보와 동일하게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분인지 엄격한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경남 국민승리유세에서 손학규 위원장에 뒤이어 연단에 올라, 북한 김정은정권을 향해 포효함으로써 문재인 후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북한 김정은정권에게 분명히 경고한다"며 "핵을 버려라! 도발을 멈춰라!"라고 부르짖었다. 자신은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문의하고 결재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을 향해 당당하게 경고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북한이 나를 두고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더라"며 "김정은정권이 나를 두려워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 정책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하되, 안보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진실에 대한 검증은 하되, 흑색선전은 즉각 중단하라"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