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TV 토론 이후의 자유민주 우파의 선택은?

    대통령 후보 4차 TV 토론은 3차 토론의 연장선상에서 그 의미론적 구도를 재확인한 것이었다.
    이 두 차례 토론을 거치면서 이번 대선의 가장 민감한 측면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체제전쟁, 사상투쟁이란 점이 점차 분명해졌다.
    청년 일자리, 4차 산업혁명, 노약자 문제, 재벌개혁 같은 중요 이슈들이 등장하긴 했으나, 가장 짜릿하게 신경을 건드린 것은 결국 사상적 대치였다.
    이것은 아무리 기교적으로 덮거나 우회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우리 삶의 DNA 같은 것임이 거듭 상기되었다.

    이 이념적 대결은, 강성귀족노조 등이 기업을 위축시켜 투자를 하지 않게끔 만든 것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의 입장, 그리고 자신에 반대하는 정당들의 연대론을 '적폐연대'라고 규정한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후보의 입장 사이의 대결로 크게 요약할 수 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을 반(反)좌파 투쟁으로 규정한 셈이고, 문재인 후보는 그것을 반(反)적폐 투쟁으로 규정한 셈이다.
    여기서 문재인 후보가 말한 '적폐세력'이란 언뜻 보기엔 이념적 용어가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이명박-박근혜 시대를 담당했거나 그 두 계열의 집권을 밀어준 우파 진영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의 싸움은 4차 토론에서 베트남 패망에 대한 견해(1),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2),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견해  그리고 햇볕정책에 대한 견해(3)에서 가장 집약적으로 불붙었다.

    (1)과 관련해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물었다.
    당신의 저서에 보면 베트남 패망과 미국의 패배는 진실의 승리라고 하면서 이에 대해 "희열을 느꼈다"고 돼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

    (2)와 관련해선 홍준표 유승민 두 후보는 전술핵무기 재배치 찬성 의견을 말했고, 심상정 후보는 되지도 않을 소리라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북한 핵 위협이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의 안보무능이 초래한 것이라고 하면서, 사드 배치는 다음정권으로 미뤄야 한다고만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선 노골적이거나 첨예한 노출과 충돌을 하지 않으려는 듯 했다. 왜 그랬을까?

    (3)과 관련해서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을 거듭 거론하면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에 핵개발 자금을 제공한 결과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점에서도 뚜렷한 직접적 반론을 하기보다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와 당시 여당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상의 안보적-사상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이 왜 체제-이념 싸움이지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정확한 인식과 판단이 서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이처럼 안보-사상-체제-이념 싸움으로 바라볼 때, 싸움은 주로 문재인-홍준표  두 호부들 사이의 것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이 싸움에선 열외(列外)에 있었다.
    그는 물론 4차 산업혁명 등 중요한 이슈를 제기했다.
    그러나 사상-체제-안보 투쟁에선 안철수 후보는 유의미한(significant) 당사자가 아니었다.

    여론조사의 산술적 서열로 봐서는 오늘의 싸움은 문재인-안철수 대결구도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싸움의 기본성격을 안보-체제-사상 투쟁으로 바라볼 경우엔 이번 대선의 의미론적 대결구도는 문재인-홍준표 매치로 나타나 있다.
    적어도 3차, 4차 TV 토론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말이다.

    남은 시일이 많지 않다.
    이제는 결단하고 선택할 시각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4/ 2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