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보도지침' 초연의 무대가 뜨거움을 보여줬다면 이번 재연에서는 차가움을 더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을 집필한 오세혁 연출은 27일 오후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이 같이 말하며 취재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진실 보도를 위해 언론인이 가져야할 태도라는 사회학적 화두를 곱씹게 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보도지침'은 제 5공화국 전두환 정권 시절,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 지에 1985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8월 8일까지 10개월 동안 시달된 584개 항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당시 이를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으며,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지침'에 따라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성된 연극이다 보니 주인공들의 대사는 실제 보도지침 사건의 인물들이 법정과 기자회견장에서 했던 말들이 포함돼 있다. 오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나 합이 아닌 그 순간 배우들이 내뱉는 '말'에 주목했다.

    "당시 재판 기록과 최후 진술, 법정에서 했던 말들을 읽어봤다. 그 어떤 연극의 독백보다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다른 시대라도 공감할 수 있는, 제가 하고 싶었던 말과 글을 모두 담았다. 연습할 때도 '가장 진실된 상태에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 이야기는 보도지침을 폭로한 기자 김주혁과 월간 독백의 편집장 김정배, 두 언론인의 변호사 황승욱, 이들에게 맞서는 검사 최돈결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그린다. '김주혁' 역에 봉태규-김경수-이형훈, '김정배' 역은 고상호-박정원-기세중, '황승욱' 역은 박정표-박유덕, '최돈결' 역은 남윤호-안재영이 맡았다.

    7년 만에 연극무대로 복귀한 봉태규는 "여기 모인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연기를 17년 하면서 '재미있다'라는 기분과 상태를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결과를 떠나 연습하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 이 작품을 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처음 작품 제안을 받고 거절하려고 했다. 배우로서 고민하는 부분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연출이 제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와 닿았다. 결과적으로는 완벽하거나 근접하다는 말을 감히 못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물에 맞춰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대는 재판장을 배경으로 책상과 의자 등 도구들을 옮겨가며 무대전환을 한다. 주인공들이 대립하는 원고석과 피고석이 되기도 하고, 과거 연극 동아리에서의 추억을 그리는 동아리방인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극장이자 논쟁이 펼쳐지는 광장을 표현하기도 한다. 

    오 연출은 "초연과 달라진 점은 온도의 차이다. 작년에는 필사적으로 시대를 뚫고 가야하는 외침으로 뜨거웠다면, 올해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시기인 만큼 차갑게 낮추려고 했다. 음악, 조명 등을 최소화하고, 배우의 말이 존재하는 것 외에는 많이 덜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연극 '보도지침'은 6월 11일까지 대학로 TOM2관에서 공연된다.

  •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