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살리기'기조 지키면서 '재벌개혁' 진정성도 내비쳐 …타 후보와 온도차는 전략이란 평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왼쪽)가 지난 28일 TV토론을 하는 모습이다. ⓒKBS 방송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왼쪽)가 지난 28일 TV토론을 하는 모습이다. ⓒKBS 방송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28일 열린 TV토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배우겠다"고 해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사출신인 홍 후보가 CEO출신인 안 후보를 상대로 경제 부분 토론을 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비껴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홍 후보가 중도보수 지지층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MBC에서 진행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일본의 경제성장 비결'과 '재벌개혁'을 언급하자 "공부가 좀 덜 됐다. 안 후보가 가르쳐주면 잘 듣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후보는 그간 TV토론회에서 저성장의 원인으로 '강성귀족노조'를 지목하고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도지사 급의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매해 파업을 해 이를 견디지 못한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은 '재벌개혁을 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따져물었고 홍 후보도 지지않고 맞받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토론이다. 유 후보가 "우리나라 재벌기대기업이 위기를 맞아놓고 20년동안 혁신을 했어야 했는데, 혁신을 안한 것"이라 말하자, 홍 후보는 "삼성이 혁신을 안 했으면 일본의 소니나 샤프같은 회사를 누를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조가 없는 기업인 삼성의 가파른 성장을 근거로 반박한 셈이었다.

    홍 후보는 이처럼 다른 후보에 대해 충분히 각을 세웠지만 안철수 후보는 유독 치켜세워줬다. 그는 "일본이 경기 침체에서 못벗어난다고 했는데 일자리가 넘쳐난다"며 "지금 아베가 인기가 최고인데 어떤 방법으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났는지 좀 가르쳐 달라"고 질문했다.

    안철수 후보는 즉석에서 '3가지 화살'을 언급했다. "규제완화와 동시에 재정을 투입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시에 썼다"고 했다. CEO 출신인 안철수 후보의 입을 빌려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안철수 후보에 답변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계속됐다. 안철수 후보가 "공정위를 강화하고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동의하시냐"고 묻자 홍 후보는 "안 후보의 공약집을 보니 공정위 강화는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왜 홍 후보는 유독 안 후보를 치켜세워줬을까.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홍 후보의 발언에 대해 우선 홍 후보가 검사출신인 점을 지적한다. 검찰개혁이나 안보, 행정등에 대해서는 두루 경험을 갖췄지만 아무래도 경제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른 후보와 달리 안철수 후보는 회사의 경영을 경험해본 CEO출신이다. 경험을 근거로 토론이 각론으로 빠져든다면 홍 후보가 이를 맞상대해서는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 후보가 '보수대통합'을 위해 안 후보를 적극 끌어안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홍 후보가 지지세 확장을 위해 안 후보를 인정해주며 치켜세우는 방법을 썼다는 지적이다.

    홍 후보는 최근 안철수 후보와 영남에서 '골든크로스'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홍 후보는 영남에서 보수 결집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며 지지율이 급등하는 상황이지만, 친박계가 주류를 이뤘던 자유한국당 출신 후보라는 공세도 받고 있다. 특히 확고한 보수층에 어필하며 문재인 후보를 대적할 '반문 후보'로 서기에는 확장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넘기위해 홍 후보가 성공한 CEO로 평가받는 안철수 후보를 인정해줬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기업 기살리기'기조에 맞으면서도 안 후보를 통해 '재벌개혁'의지까지 선명하게 드러내려 했다는 이야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강하게 공격한다면, 그 과정에서 부동표의 반감을 사게 돼 있다"며 "홍 후보가 인정하게 치켜세워준다면 자존감을 인정받은 표들이 홍 후보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벤처 사업가에서 성공한 기업가 정신을 정치인이 존경한다는 게 현 자유한국당의 기조가 아니냐"며 "홍 후보가 '강성귀족노조에 얹혀서 정치하려는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퇴장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