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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색깔 논쟁’을 꺼리는가?
- 색깔은 빛깔이라는 낱말과 같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빛이 없으면 색을 분간할 수 없습니다. 색을 모르면 어떤 물건의 내용을 알 길이 없습니다. 색을 알기 위하여는 빛이 있는 곳으로 나와야 합니다. 박쥐들만이 날아다니는 깊은 동굴에서는 사람의 얼굴빛을 볼 수가 없습니다.유능한 한의사는 찾아온 환자의 얼굴만 봐도 그 환자의 병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맥을 짚어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늙은 부모의 건강은 아들·딸이 아침에 일어나 문안인사 드릴 때 아버님, 어머님의 얼굴빛을 보고 측정합니다. 안색이 안 좋으시면 의원을 불러야 합니다.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스탕달의 작품에는 <적(赤)과 흑(黑)>이 있습니다. 빨간 빛(Red)과 검은 빛(Black)은 각기 군인과 성직자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1917년 레닌이 영도한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이 성공한 뒤에는 적색(赤色)은 혁명의 상징이었고 백색(白色)은 반혁명의 색깔이었습니다. ‘붉은 군대’(Red Army)가 조직되었고 적기가(赤旗歌)가 우렁차게 들려왔고 한동안 ‘적(赤)’이 승리한 것이 확실하였습니다.이 지구상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승리를 외치는 유일한 정치집단이 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남한에서 은근히 ‘적화통일’을 꿈꾸는 인간들의 색깔은 무엇인가? ‘적(赤)’이 아닙니까? 왜 그 ‘찬란한’ 빛깔을 감추려 합니까? “나는 적색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줘야 대선을 앞둔 유권자의 판단이 제대로 될 것입니다.김동길 / 연세대 명예교수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