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선은 역시 이념 싸움-6차 TV 토론이 남긴 것

     대통령 후보들의 마지막(6차) TV 토론이 남긴 것 꼭 한 가지만 꼽으라면?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필자는 문재인 후보의 이 말이 가장 뇌리에 남는다.
    "이번 선거는 보수 진보의 싸움이 아닙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최후발언'이었다.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그럼 촛불사태 때 "썩은 보수를 불태워버리자"고 한 그의 말은 무엇이었나?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우리가 장기집권을 하고 수구보수를 궤멸시키자”고 한
    그의 같은 당 선배의 말은 무엇이었는가?

      문재인 후보의 '최후발언'과는 달리, 제6차 TV 토론은 이번 선거가 다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보수'와 '진보'로 흔히 불리는 두 세력 사이의 첨예한 각축장임을 거듭 확인시켰다.

  • 홍준표 후보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노골적인 적대감에서도 그 점은 단적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과 그 세력이 그토록 평생을 바쳐 쟁취하고자 해 온 '진보'의 길을 선거기간에는 왜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 했을까? 아마도 그럴 만한 표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폐청산’ ‘적폐청산위원회’ 구성 운운 자체가
    이미 주어 담을 수 없는 ‘엎질러진 물’처럼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었으면 그걸 그의 잘못으로 치고 헌법적-사법적 대응을 하면 된다. 그래서 탄핵도 했고 인용도 했고 재판도 열리고 있다. 이걸 넘어서 ‘적폐’의 범위를 한껏 넓혀
    잡으면 잡을수록 그건 자칫 ‘숙청’의 뉘앙스로 들릴 우려가 생긴다.
    “수구보수를 궤멸시켜야 한다”는 말부터가 그런 과격성을 느끼게 했다.

      문재인 후보가 6차 TV 토론에서 “이번 선거는 ‘보수’ ‘진보’ 싸움이 아니다”라고 애써 강조한 것은 아마도 ‘적폐청산’이란 말을 계속 쓰면 그 나름의 역풍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한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이라면 그건 잘한 우려다. 자유-민주-법치 국가의 철학에 충실한 진보는 ‘혁명하는' 좌파와는 달라야 한다. 한 세력과 그 이념 전체를 어떤 계기를 잡아 궤멸 대상으로 규정하는 건 자유-민주-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5/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