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북한의 산림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80년대 초 국제환경기구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세계유일의 조림성공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FAO 보고서가 '기적적인 성공'이라고까지 표현한 한국의 조림을 외국인의 글과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때 너무 겸손했다. 북한의 산림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

    국제사회가 보는 북한은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국가이다. 2007년 독일의 환경단체(Germanwatch)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위험지수 측면에서 필리핀 다음의 최악이다. 2006년 기상 재해로 인한 사상자수는 인구 10만명당 2.33명으로 세계 최고였다. 북한은 산림 황폐로 인한 산사태, 토사유출로 인한 하천범람, 농경지 매몰로 식량난 가중, 식수원 오염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극도로 증대되고 있다. 그러니 한반도는 야생동식물 서식지 파괴로 생물다양성 감소, 사막화 진행, 남북 생태계 단절 등 엄청난 환경 시한폭탄을 머리에 얹고 사는 형국이다. 당연히 조림만이 유일한 처방일 것이다.

  • <span style=중국 도문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함경북도 회령의 민둥산 ⓒ연합뉴스" title="중국 도문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함경북도 회령의 민둥산 ⓒ연합뉴스">
    중국 도문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함경북도 회령의 민둥산 ⓒ연합뉴스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는 과거 조림성공에 대한 추억과 그에 따른 지나친 자신감에 젖어있다. 그러나 북한의 조림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에겐 커다란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99년 산림과학원의 인공위성 사진 판독 결과 북한 총 면적 1227만ha 중 황폐지는 163만ha 였으나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되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만약 현재 북한의 산림 훼손면적을 200만ha로 가정한다면 서울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 (6만ha)을 매년 조림한다고 해도 30년 이상 필요한 거대한 사업이다. 물론 조림 비용도 기하학적일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의 산림토양 상태가 조림을 위한 예비사방 및 사방작업이 요구되는 조건이라면, 이미 기하학적일 것으로 예측된 비용의 10배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연료림의 성공적인 완성도 전제조건 중 하나이다. 수종선택, 조림방법 등에 대한 사전연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쉽고 빠르고 게다가 값싸게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 한국측의 주된 성공 요인을 검토해 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농림부 산림국에 국가차원의 조림을 지시했으나 성과 없이 5년을 보냈다. 67년 농림부 내에 산림청을 신설하였으나 큰 성과 없이 다시 5년이 지났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다시 기다려 주었고 산림청에 경찰권을 부여하기 위해 73년 내무부로 이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 후 실행된 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은 대성공이었고,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4년 앞당겨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이 그토록 기대했던 완성된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말았다. 한국의 조림 성공은 10년간의 성과 없음을 묵묵히 참고 지속적인 지지를 보낸 박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이라 볼 수 있는 영일지구의 경우 총 조림면적 4538ha 조림 기간만 7년이 걸렸으며 동원된 인원도 총 36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사업이었다. 조림은 인내와 집중의 게임이다.

    과연 오늘날 우리가 북한 조림을 위해 10년 이상을 기다릴 수 있을까? 그것도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북한 조림을 위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에 국제사회가 부담을 나눌 턱이 없다. 북한 조림은 지구 차원의 관심이지만 지원은 오로지 한국의 몫이다. 북한 조림의 성공에는 남한 정치 지도자의 강력하고도 꾸준하면서도 때로는 고집스러울 정도의 리더십과 여야 정치권의 지속적 지지가 요구된다. 조림 기간 중에 북한은 어떤 변덕스런 요구로 우리를 당혹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럴 경우 조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신중한 검토와 대책이 없이 이대로 간다면 북한으로부터 기후난민을 포함한 환경난민, 이른바 환경이재민이 엄청나게 밀려 내려올 것은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