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뀔 대통령 하에서 언론이 사는 법

     "국민의당 공동창당위원장(2016년)을 지낸 한상진 명예교수는, 지난 5월4일 입장문을 내고 "SBS 보도는 언론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석연치 않은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명예교수는 "2015년 서울시민 1003명을 대상으로 SBS가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당시 '세월호 참사가 이념 공방 소재로 전락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집권여당의 책임이 75.2점, 제1야당 책임은 77.5점으로
    제1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한 명예교수는 "SBS 요청에 따라 지난 4월8일 인터뷰를 하면서 이 자료를 제공,
    박근혜 정부 책임과 함께 제1야당의 책임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4월14일 방송된 SBS 프로('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문재인 후보나 제1야당의 책임 문제는 힌트조차 없었다"고 했다.
    한 명예교수는 "SBS가 문재인 후보 눈치를 많이 본 것은 아닐까하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는 조갑제 닷컴 조성호 기자가 정리한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한 명예교수가 "느꼈다"는 게 과연 100%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SBS 보도가 야당 쪽 책임 부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대목만은 사실일 것 같다. 이걸 보고서 한 교수는
    그 방송이 문재인 후보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아닐까, 느꼈던 것 같다.

     한 교수의 느낌이 진실이라면 한국 언론은 5월 9일의 정권교체와 더불어
    또 한 차례 기구한 연명술(延命術)을 부릴 것 같다.
    한 교수의 짐작이 적중하는 것이라면 언론은 이미 있을 수 있는 상황변동에 대비해
    모측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란 보신책을 실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  월간조선 권세진 기자의 최근호 기사에 의해도
    방송심의위원회에는 우파 쪽 민원은 들어가지 않고 다른 쪽 민원만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방송매체들은 우파 쪽은 전혀 겁내지 않고 다른 쪽 눈치만 살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몇몇 우파 패널들이 최근 방송 프로에서 하차했다고 했다.  

     만약 우파에도 극성스러운 시민 언론운동 단체와 배알 있는 정당정치 세력이 있어서
    사사건건 시비를 부치고 민원을 넣고 겁을 주었다면 언론매체들이
    우파 알기를 그렇게 흑싸리 쭉정이처럼 대하진 않았고 못했을지 모른다.
    험구(險口)로 치면 우파보다 다른 쪽이 덜하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몇몇 ‘이념 패널’들은 토론 프로에 나와
    거리낌 없이 입담들을 부리고 있다.

    한국 언론은 과거엔 권위주의 아래서 여러 가지 시련을 겪었다.
    다치기도 했고 휘기도 했다. 그러더니 이젠
    오히려 권위주의 권력에 맞서다가 혼깨나 나봤다는 운동권 권력이 언론의 ‘에비’가 되어
    마음에 들지 않는 논조에 대해 집요한 매도, 고소, 고발, 험구,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 쪽이 이제 득세할 듯 보이니까 언론매체들이 벌써부터
    알아서 기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밝히진 않겠다만 말이다.

     그러나 긴다고 해서 봐줄까?
    독자와 시청자들이 예의 주시하시기 바란다.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요런 조런 미묘한 표정들을 지어갈 것인지를.
    그걸 보면서 자유민주 우파 독자와 시청자들도 앞으론 언론 모니터링 활동을 일으켜
    상대방 못지 않은 '앙팡 떼리블(무서운 아이들)'이 돼야 한다.
    달라붙어 클레임을 거는 자만이 그 만큼 존중받을 수 있는 험한 세상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5/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