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토론서 난무한 거짓과 왜곡, 누가 집권하든 족쇄될 것

그대 아직도 한국식 문화혁명을 꿈꾸는가?

강규형 칼럼 | 최종편집 2017.05.07 1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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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 날이 다가왔다. 후보들은 제각기 한국사회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 인간의 리더십 또는 한 세력의 역량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첫째는 북한 문제다. 과거 좌파정권에서 쓴 “돈 퍼주고 입 막는 방식”은 해서는 안 된다. 그 방식을 다시 쓰겠다는 후보들이 있지만 북한 핵개발로 그 옵션은 이미 폐기됐기에 회생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권력 변화)를 이뤄낼 만한 능력과 철학을 가진 사람도 안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의 역량이 그 정도가 안 된다.

다음은 경제성장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오일 쇼크와 외환위기 등을 겪었지만 크게 봐서 중단 없는 성장을 해왔다. 이제 고도성장 시대는 끝났고 현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 도전이 눈앞에 있다. 박근혜 정부도 이것에 대비하기 위해 4대 개혁법 등을 추진했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국회에 막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다음 대통령이 과연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더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다수 후보들이 내놓은 인기 영합적 정책은 우리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성장 동력은 멈춰가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가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구성원 사이의 공통가치도 해체된 상태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은 고장 나 있다.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염려하던 세계최빈국이 불과 20-30여년 만에 비만과 영양과다를 염려하는 사회가 됐다. 마이카가 외국영화에서나 보는 꿈이었지만, 이제 세계최악의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걱정하는 사회가 됐다. 그러나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 기대 수준이 폭발했고 상대적 박탈감이 무한대로 올라가 욕구 불만이 도를 넘었다.

한마디로 통치가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거기에다 정치권은 이런 기대수준을 채워준다는 선심성 정책을 쏟아낸다.

대선토론을 보면서 이런 걱정은 더 커졌다. 대선토론 무용론은 일리 있는 얘기다. 잘하건 못하건 당락에는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후보들의 함량을 따져보는 기회가 됐고, 향후에 딴 소리를 할 가능성을 줄여놓는다는 측면에선 아직도 유용하다.

A후보는 함량미달을 보여주고 추락중이다. S후보는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런 폐쇄적 수구좌파적 생각으로는 진정한 사회민주주의를 이룰 수도 집권할 수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21세기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19세기-20세기 중반의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바라보니 해법이 제대로 될 수가 없는 것이다.

M후보는 답변 못할 질문이 나오면 “그만 하십시다” 또는 ”허허허” 웃으면서 답변을 회피하기 바빴다. 이번 대선토론에서도 많은 거짓말과 억지가 난무했다. 누가 이기건 집권 후에 이런 거짓들이 족쇄가 될 것이다. 이러고도 향후 원활한 통치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앞으로도 대북정책에 있어서 북한의 의중을 문의하고 정책을 펴나가겠는가? 앞으로 일심회 간첩단사건 같은게 있으면 또 수사중지 시킬 건가? 정말 후보 주장대로 과거 NLL포기와 사초 폐기 파문은 조작이었나? 어떤 진영은 “6개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낸다“는 생각을 표출했었다. 이해찬 의원은 “이미 선거는 끝났다“라면서 ”극우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극우란 원래 폐쇄적이고 극단적 민족주의·인종주의에 쓰는 단어로 오히려 한국의 좌파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그는 아마 한국의 우파세력 전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총리시절 조선일보·동아일보를 ”독극물“이라 표현한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재밌게도 그는 중앙일보는 괜찮다고 콕 집어 애기했다). 또한 서울부시장 시절 말단공무원을 무릎 꿇리고 폭행하던 ‘결기’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앙칼지게 박살내고 여러 번 재집권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이런 생각은 예전에도 확실하게 표명됐었다.

방송인 김갑수(배우 김갑수와 동명이인이다)는 작년 정청래 출판기념회에서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장 직을 이재명 성남시장이 맡아야 한다. 대선 승리 후 국가정보원장이 작살낼 놈을 작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폭언을 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의 자멸로 인한 집권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집권당의 발목을 잡았던 국회의 권력은 그대로다. 누가 되건 차기 정권은 소수파 정권이고 국회 과반미달 정권이다. 소수파정권과 국회과반도 안 되는 정당이 뭐든 ”궤멸“시키기는 힘들지 않겠나.

이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정권퇴진·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지원하거나 편승하면서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이런 달콤한 무기들은 이제 부메랑이 돼서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자업자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를 풍미했던 민족해방(NL)론은 리영희 교수를 통해 모택동 체제, 특히 문화혁명을 찬양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리씨는 그것을 예찬하면서 “인류 최초의 인간의식 개조 혁명”으로 숭배했다.

그러나 실상은 수천만 명이 학살되는 최악의 생지옥 중 하나였다. 대중(특히 어리고 젊은 학생들)선동, 낙인찍기, 쓰레기 언론을 동원한 무차별적인 비방, 정신적·육체적 학대, 숙청, 학살.

(역시 리영희의 책을 읽고 나서) 월남패망을 보면서 “진실이 승리”하는 “희열”을 느꼈다는 문재인 후보와 그 배후 세력은 여러 번 리영희를 자기 인생의 큰 스승이라 밝혔다. 묻고 싶다. (훨씬 규모와 강도는 작겠지만) 그대 한국에서도 그런 망나니 칼춤, 즉 한국식 문화혁명을 아직도 꿈꾸는가?

강규형(명지대 교수, 현대사).

이 글은 5월6일 조선일보에 실렸던 글을 필자가 수정증보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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