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1,100만을 넘었다고 한다. 전체 유권자의 26.6%가 투표를 마친 셈이다. 이런 추세로 보면 오는 9일 본 투표를 할 경우 최종 투표율은 8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본 투표일이 징검다리 황금연휴 직후로 잡힌 때문으로 보이나,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재 보궐선거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이번 사전투표에서 주목할 현상은 진보성향이 높은 전남북, 광주 등이 전국 평균투표율보다 5~8% 포인트 가량 높게 나타났으며, 그 대신 보수성향이 짙은 경남북, 대구, 부산 지역은 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사전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들은 젊은 층인 것으로 목격됐고, 상대적으로 노년층은 비교적 적어서 본 투표에서 노년층의 결집이 있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하튼 사전 투표율이 공표되자 각 당의 대선 캠프마다 유 불리를 따져보느라 바쁜 모습이고 그에 대한 해석은 섣불리 밝히려 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주말 유세를 펼치는 각 당의 대선 캠프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세몰이에 열중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고, 여러 가지 악재가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요지부동이라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유권자가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전 결과만 보면 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은 계속 유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마감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이 예상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인 것 같다.

    그것은 지금껏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가 이제는 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간의 ‘양강구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라 한다.

    게다가 골든 크로스를 이룬 다음에는 홍 후보의 압승까지 예측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제19대 대선의 승자는 홍 후보라는 말이 맞을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홍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보고 다음의 네 가지 요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도 ‘무너지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재건하겠다.’는 홍 후보의 거침없는 발언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가 한다.

    홍 후보의 그간의 발언은 사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유권자들을 외면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예컨대 억지 탄핵을 당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춘향이 인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라든가 “탄핵을 당해도 싸다”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이런 말은 헛발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만 해도 멋모르고 우왕좌왕한 게 아닌가 한다. 그만큼 후보가 되기 전이었으니 상황을 제대로 조언할 사람도 없었고, 태극민심도 제대로 읽지 못했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는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가 된 뒤로 이야기가 달라졌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 탄핵은 있을 수 있으나 사법적 탄핵은 잘못된 것이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 잘못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그는 기자들이 ‘대통령이 되면 박 대통령을 사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죄가 없는데 무슨 사면이냐‘면서 ’대통령이 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말들은 태극기를 들었던 보수우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충분했다.

    그의 거침없는 말은 대북관과 안보관에서 보수 우익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강성노조 민노총, 전교조, 종북 세력의 척결을 약속한 것이라든가, 핵무장하고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며, 그래서 김정은을 제압하겠다고 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홍 후보는 흑수저이고 그래서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표현이 서민대중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솔직 담백한 언사를 쓴다. 보통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자신은 임시직 경비원의 아들이고, 무학의 어머니를 가장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는 아주 가난했지만 부자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봤지 절대 증오하지 않았다.

    그의 오늘은 맨손으로 일군 능력자임을 보여준다. 검은 것을 검다고 하고, 악은 악이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아는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가는 곳엔 서민들이 모여든다. 양화대교에서 사법고시제도 존치를 주장하며 고공농성 중이던 현장을 찾아가 전화로 내려오라는 설득한 사실은, 대중에게 믿음을 주는 후보라는 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이날 고공농성을 하던 당사자가 애타게 찾은 사람은 문재인 후보였다. 왜냐하면 문후보가 속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로스쿨을 만들고 내년부터는 사법시험제를 폐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스쿨제는 부의 세습을 넘어 신분의 세습시대를 예고하고 있으며, 사법시험제의 폐지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를 막 내리게 하는 것이어서 결국 서민들의 등용문을 막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었다.

    홍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사법시험은 물론 외무고시 까지 존치할 것’이라며 ‘내가 집권하면 로스쿨제도도 고치겠다’고 확약했다. 이처럼 그의 서민대통령 프레임은 내세우는 공약마다 대중들의 무릎을 치게 한다. 동성애를 반대하고 검찰과 헌재, 언론의 개혁을 약속하고, 640만 달러 뇌물사건과 바다이야기를 재수사하여 부정부패를 근본부터 뿌리 뽑겠다고 했다. 불법 탄핵을 재수사함은 물론, 5.18 가산점 제도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청년들이 없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래시계 검사다운 약속 같다.

    그는 낡은 양복만 고집하는 검소함도 가지고 있지만 꾸밈이 없고 직설적인 화법이 유명하다. 그래서 빨갱이한테 빨갱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기업인에게는 자유를 주고 개인에게는 기회를 주자’면서 젊은이의 일자리를 약속한다. 무엇보다 압권은 존경하는 인물로 다른 후보들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들었지만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단언했다. 연설할 때도 다른 사람은 원고를 보고 하지만 그는 원고 없이 하면서 목소리도 그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 치고는 우렁차기 그지없다.

    그의 대중정치는 유세장마다 그 지역에 맞춘 노래를 한 곡조 뽑는 것으로 ‘전국노래자랑’ 유세를 하는데서 꽃을 피운다. 부산에선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고, 충북 제천에선 ‘울고 넘는 박달재’를 청중과 ‘떼창무대’를 펼쳤다. 그의 강성 이미지는 여기서 자연히 희석된다. 대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가슴이 아프지만 표현을 못하는 TK(대구경북)지역의 보수층을 겨냥한 ‘홍도야 우지마라’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홍 후보의 인기는 최초 지지율 3%로 시작했던 트럼프의 극적인 당선과 같은 징조여서 민주당 일각에선 이미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구 경북 민심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일 한 신문사의 조사를 보면 문 후보가 21.5%, 안 후보 19.2%의 지지율을 보인데 비해 홍 후보는 33.8%였다. 이는 소위 문 후보가 싫어서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전략적 투표성향이 사라졌다는 증거다. 지난 3월 18일 지지율 0%에서 출발한 홍 후보는 그의 돌파력과 추진력으로 이 자리에 까지 오른 게 아닌가 한다.

    네 번째 이유는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이젠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 후보 측은 대세론이 아직도 유호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그게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문 후보는 TV 토론에서 ‘그만 하시지요’, ‘정책본부장에게 물어 보시지요’하는 말로 어설픈 응대를 하곤 했는데, 그것이 유권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준 듯 하다. 그가 늘 내세우는 ‘촛불세력’이라든가,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도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늘 그는 세월호의 상징인 노란리본을 달고 나오는데 이것도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 홍 후보의 아픈 데를 부각시키고 문 후보의 ‘월남 패망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고 말한 것까지 감싸려 해도 국민들은 더 잘 알고 있다.

    문 후보의 ‘보수를 불태우자’는 말이나 선대본부장인 이해찬 의원의 ‘보수를 궤멸시켜야 한다’는 말은 오히려 보수우익이 똘똘 뭉치게 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문 후보가 싫어 안 후보를 찍겠다던 사람들은 ‘홍 후보를 찍으면 홍 후보가 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왔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주류 신문들은 보수층의 이면결집이라고 비하하지만 보수층은 체제변혁이나 민중혁명의 위험성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의 발로라고 말한다.

    이번 대선은 분명 잘못된 대선이다. 대통령을 정적들이 탄핵하고 억지 혐의를 씌워 구속기소했다. 뇌물죄라고 했는데 먹은 돈이 없어 환수할 돈이 없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그런데 문 후보는 촛불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방송사에서 세월호 인양을 ‘문 후보 측이 유리할 때 하기로 밀약했다’는 보도를 했다가 사과방송을 하는 소동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북한을 주적이라 못 부르고, 당선되면 혈맹인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말해 말썽이 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미군을 철수시키고 개성공단을 20배나 넓힌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체제전쟁이라고 부른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느냐 아니면 공산화시켜 적화통일을 하느냐 하는 큰 싸움이라고 한다.

    여하튼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그 결과의 예측은 각 당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보수 우익이 과연 사전투표에서 젊은이들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고서 본 투표에서 결집할 것일까 하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생각은 결집하리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우익 후보의 압승은 어렵지 않은가 한다. 여하튼 보수 우익은 지금 체제전쟁에서 지면 끝이라는 절박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적화통일은 절대로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