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총사퇴론 불가피, 安 "더욱 노력하겠다" 밝혔지만… 칩거 가능성도
  •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9일 대선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힌 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9일 대선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힌 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5·9 장미대선 결과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크게 밀린 것으로 드러났다. '텃밭'인 호남에서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대패하며 안철수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이 큰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대 대선 개표결과 광주에서 안철수 후보는 30.1%, 문재인 후보는 61.1% 득표했다. 전북에서는 안철수 후보 23.8%, 문재인 후보 64.8%로 집계됐으며, 전남에서는 안철수 후보 30.7%, 문재인 후보 59.9%로 확인됐다.

    호남은 명실공히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기반이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의석 28석 중 23석을 가져가면서 압승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안철수가 적어도 호남에서 문재인에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결과에 국민의당 지도부는 당혹감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 참패는 전략적 투표 성향이 강한 호남 유권자가 지지도 1위를 이어갔던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향해 'MB 아바타'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는 등 '보수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지핀 것도 야(野)성이 강한 호남민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막판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당론을 바꾸는 등 보수민심을 잡기위한 '우클릭'도 호남에 안철수 후보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단 지적이 제기된다.

    한 호남 중진의원은 "사드 문제는 우리가 전략적인 포지션을 잘못 가져갔다. 기왕 그렇게 정했던 것을 바꾸지 말았어야 했다"며 "바꾸고나니 호남에서 사드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 '안철수 후보는 결정적인 순간 우리보다는 저쪽(보수) 편을 들 사람이구나, 급해지면 편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번졌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 헌정기념관 개표상황실에서 박지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 헌정기념관 개표상황실에서 박지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 패배를 계기로 호남 중진 중심으로 구성된 현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 당선 여부도 불안해지면서 호남 지역 출마 예정자 중심으로 당내 동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을 내려놓는 등 배수진을 쳤던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하면서 정치적 칩거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다만 안철수 후보가 이날 대선 결과에 대해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심경을 밝히면서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앞으로 국민의당으로선 텃밭인 호남의 수복 여부가 부활과 반등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에 실패한 국민의당으로선 예산과 인사에서 주도권을 잃은만큼 문재인 정부의 초기 실책을 통한 반사적 이익을 노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문재인 후보가 '호남총리'를 약속했다가 '비영남 총리'로 입장을 바꾼 것처럼 초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호남홀대론'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안철수 후보로선 그동안 '통합과 협치'를 외쳤던만큼 새정부 초반부터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일정기간 정치적 휴식기를 가진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나 지방선거를 계기로 재기하는 방법도 노려볼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후보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만큼 안철수 후보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나 호남을 중심으로 지원유세 요청이 많을 것이고,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실책 등이 도드라졌을 때가 부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9일 국회 헌정기념관의 개표상황실에서 안철수 후보가 크게 뒤진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9일 국회 헌정기념관의 개표상황실에서 안철수 후보가 크게 뒤진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