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핵심 요직 친문본당이 차지하기 위한 사전공작이라면 부적절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의 오른편에는 PK친문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이, 왼편에는 비호남 출신의 조현옥 인사수석이 함께 나란히 걷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의 오른편에는 PK친문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이, 왼편에는 비호남 출신의 조현옥 인사수석이 함께 나란히 걷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정권의 인사가 별반 진척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특정 권역 출신이 "대거 요직에 등용됐다"는 둥의 말이 여권 핵심관계자발(發)로 나돌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 본당에 해당하는 PK(부산·경남) 친문계가 다가올 청와대의 추가 인선과 내각 각료 지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복수 매체는 여권발, 여권 핵심관계자발 등으로 '호남 출신이 더 이상 등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맥락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한 중앙일간지는 여권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호남 출신 인사들이 이제 역차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장관 자리도 호남 출신이라는 게 별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경제 매체도 "새 정부 출범 초기 당·정·청에서 호남 인맥의 중용이 인사의 굵은 줄기"였다며 "탕평 인사라는 호평을 받았던 김대중정부 초기와는 달리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아직 인선이 이뤄진 자리가 열 손가락으로 세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에 불과한데, 벌써부터 특정 권역을 향한 '견제' 발언이 집중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무회의 구성원 중에서는 국무총리후보자만 지명됐을 뿐 다른 각료는 한 명도 지명되지 못했다. 이낙연 총리후보자가 전남 영광 출신인 것은 사실이지만, 20명에 가까운 나머지 각료 구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야말로 걸음마만 뗀 셈인 것이다.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내린다던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장관은 이날 대통령직속 일자리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오히려 호남 출신이 내각과 거리가 멀어진 셈인데다가, 이용섭 전 장관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패배한 뒤 "광주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호남 몫 인선'으로 보기도 어렵다.

    청와대를 보더라도 비서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의 임종석 전 의원이 임명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청와대에 있던 시절 두 차례나 역임했던 핵심 '꽃보직'인 민정수석은 부산 출신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차지했다.

    이외에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북 전주 출신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2일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전북을 광주·전남과는 별도의 권역으로 판단해 인사탕평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호남 출신의 약진으로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오히려 정무·인사·사회혁신·사회수석은 모두 비(非)호남 출신이 맡았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의 인사가 겨우 첫 걸음마를 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벌써부터 특정 권역이 '역차별'을 걱정해야 한다거나 다른 장관 자리는 호남이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앞으로 있을 내각 구성에서 '호남 홀대'를 가리기 위한 '사전 밑밥깔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직 인선에서 일견 호남과 비문(비문재인)을 배려하는 듯 하면서도, 핵심 요직은 수석사무부총장만큼은 친문계 김경협 의원을 고집해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의를 빚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핵심 요직만큼은 친문 본당에 할애하고 탕평 대상에서는 제외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역차별'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2006년 민정수석을 그만 둔 직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부산정권'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민정수석에 부산 사람이 임명됐는데, 여권 핵심관계자들이 '호남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