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문맹률 35%, 도시 실업률 30% 이상…유엔 발표 2016년 ‘행복지수’ 순위 97위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유세 당시 모습.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유세 당시 모습. ⓒ뉴데일리 DB.


    지난 16일 국내 일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탄의 행복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주제로 기사를 내놨다. 몇몇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부탄 총리와 처음 통화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같은 날 "대통령께서는 부탄 총리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국내 좌익 성향 언론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7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부탄 행복정책’을 두고 찬양과 기대 섞인 보도를 내놓고 있다. “부탄은 세계에서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주장과 함께. 과연 그럴까.

    일반적인 한국인의 가치관, 생활습관 등을 기준으로 보면, 부탄은 행복은커녕 오히려 ‘헬(Hell)’에 가깝다.

    ‘부탄(Bhutan)’은 어떤 나라?

    일단 ‘부탄’이 어떤 나라인지 알아보자. 美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각 지역 통계 ‘월드 팩트 북’을 보면, ‘부탄’은 중국과 인도 사이의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 걸쳐져 있는 작은 왕국이다. 표면적으로는 선거를 하지만 실제로는 왕이 나라의 중심이다.

    ‘부탄’의 국토 면적은 3만 8,394㎢, 국토 평균고도는 2,220m다. 숲이 국토의 85.5%를 차지하며 농지는 국토의 13.6%에 불과하다. 인구는 2016년 7월 말 기준으로 75만 125명이다. 중간 나이 값(전체 인구의 연령 평균치)은 27.2세에 불과하다. 이유는 보건 문제다.

    영유아 사망률이 1,000명 당 33.9명으로 한국의 10배 이상으로 높고, 평균 수명 또한 70.1세(CIA 조사 대상국 가운데 159위)로 낮다. 美CIA뿐만 아니라 주요 국제기구들도 ‘부탄’을 전염병 감염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고 있다. 반면 의사 수는 1,000명 당 0.26명에 불과하다.

  • 부탄(Bhutan) 왕국의 위치. 중국,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에 끼어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부탄(Bhutan) 왕국의 위치. 중국,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에 끼어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국내 좌익 성향 언론 중 일부는 “부탄은 전 국민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는데, 그 무상교육은 초등학교까지만 이뤄진다. 이것도 그나마 GDP의 7.4%를 투입한 덕분이다. 15세 이상의 문맹률이 2015년 말 기준 35.1%나 된다는 점은 이마저도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부탄’의 GDP는 2015년 말 기준 19억 6,200만 달러(한화 약 2조 2,000억 원)에 불과하다. 한국 1,000대 기업 가운데 두 곳만 이곳에 가도 ‘부탄’의 GDP는 세 배로 뛴다.

    공식 실업률은 10%대며, 전체 근로자 가운데 57%가 농업, 21%가 공업 등 2차 산업, 22%가 서비스 등 3차 산업에 종사한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도시 실업률은 30%대 이상이라고 한다. 학교를 나와도 일할 곳이 없다는 말이 많다. 참고로 ‘부탄’의 공업은 대규모 제조업이 아니라 영세기업 수준이며, 서비스업 또한 관광객이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업 수준이다.

    빈부격차는 2012년 말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수입의 30.6%를 차지하고, 하위 10%는 불과 2.8%밖에 벌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디어와 통신망 수준도 세계 최하위권이다. TV방송은 1999년부터 시작했고, 이동통신 서비스도 2003년에 들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인터넷 사용자는 2015년 7월 말 기준 29만 5,000여 명으로 38.8%였다.

    정치 수준도 만만치 않다. 입헌 군주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첫 총선은 2008년 3월 24일 실시했다. 첫 총선에서 ‘부탄 평화 번영당(DPT)’이 전체 의석 47석 가운데 45석을 차지하며 승리, ‘직메 틴리’가 총리를 맡았다. 2013년 3월 총선에서는 야당이었던 ‘인민민주당(PDP)’이 32석을 차지, 집권 여당이 됐고 ‘쳬링 톱게이’가 총리를 맡았다. 이렇게 선거를 실시하지만, 국가 원수는 ‘용왕’이라 불리는 국왕이 맡고 있다.

  • 부탄(Bhutan) 왕국의 정부청사. 1952년부터 쓰이고 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부탄(Bhutan) 왕국의 정부청사. 1952년부터 쓰이고 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美CIA의 조사 결과라 믿을 수 없다고 할까봐 英BBC가 집계한 ‘부탄’ 관련 사실도 찾아봤다. 거의 같았다.

    ‘부탄’의 인권 수준은 다른 종교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1990년대 ‘부탄’은 ‘문화혁명’을 실시했다. 혁명의 대상은 네팔에 뿌리를 두고 있던 힌두교도였다. 이로 인해 1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발생,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전체 인구의 12% 이상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내쫓아서 그렇게 ‘행복한 나라’가 된 것은 아닐까.

    ‘부탄’의 행복지수, 유엔의 행복지수, 북한의 행복지수

    국내 좌익 성향 언론들이 그렇게도 찬양하는, 부탄의 ‘국가행복지수(GNH)’는 현재 세계 언론들 사이에서는 ‘자위 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부탄의 ‘국가행복지수’는 1974년 부탄 국왕이 스무 살이 됐을 때 “GDP와 같은 경제적 지수만으로는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다”면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며 도입한 것이다.

    부탄의 ‘국가행복지수’는 통치 체제에 만족하는가, 공평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경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가, 전통문화의 발전과 보존 정도, 환경 보호 등 4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심리적 복지, 건강, 교육, 시간 이용, 문화적 다양성과 복원성, 좋은 행정, 커뮤니티 활성화, 환경 다양성과 복원성, 생활수준 등 다시 9가지로 나뉘어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탄 왕국은 2010년 ‘국가행복지수’를 측정할 때 15세 이상의 국민 8,5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2015년에는 국민 8,87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고 한다.

    즉 부탄의 ‘국가행복지수’는 다른 세상과 비교할 정보가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측정한 지수로,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일각에서는 부탄 왕국이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며 찬양하지만, 앞서 말한 영아 사망률, 평균 수명, 문맹률, 도시 실업률 등을 보면 국제적 기준과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유엔이 2016년에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순위 가운데 1위부터 36위까지. 여기에 한국은 물론 부탄도 없다. ⓒ유엔 세계행복지수 보고서 캡쳐.
    ▲ 유엔이 2016년에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순위 가운데 1위부터 36위까지. 여기에 한국은 물론 부탄도 없다. ⓒ유엔 세계행복지수 보고서 캡쳐.


    부탄의 ‘국가행복지수’가 알려진 뒤 이곳저곳에서 자체 조사한 ‘행복지수’ 순위가 나왔다. 유엔도 회원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했다.

    2016년 당시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는 15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구매력 환산 경제적 능력,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조사한 보건 환경 지수, 여론조사기관 ‘갤럽’에서 조사한 각 정부의 사회적 지원 수준, 생활에서의 자유도, 매년 불우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금품 또는 행동, 사회적 부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인식, 매일 몇 번 웃는지와 몇 번 화를 내는지 등을 참고해 조사했다.

    여기에 따르면, 행복지수 1위는 노르웨이, 2위는 덴마크, 3위는 아이슬란드, 4위는 스위스, 5위는 핀란드, 6위는 네덜란드, 7위는 캐나다, 8위는 뉴질랜드, 9위는 호주, 10위는 스웨덴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11위, 미국은 14위, 독일 16위, 영국 19위, 러시아 49위, 일본 51위, 한국은 55위였다. 중공은 79위, 부탄은 97위, 네팔은 99위, 인도 122위, 꼴지인 155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집계 대상이 아니었다.

    유엔이 측정한 수치와 순위 또한 경제력과 각국 국민들이 생각하는 ‘행복’ 간의 관계가 직접적이지 않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부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것은 그들만의 주장임을 드러냈다.

  • 2011년 5월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세계 행복지수 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1년 5월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세계 행복지수 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재미있는 것은 이와 비슷한 ‘자위 지수’가 일전에 발표된 적이 있다.

    2011년 5월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자체 조사한 ‘세계행복지수’ 순위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의 ‘세계행복지수’에서 1위는 중공, 2위는 북한, 3위는 쿠바, 4위는 이란, 5위는 베네수엘라였다. 반면 한국은 152위, 미국은 203위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를 본 중공 매체들조차도 “중국에 1위를 양보하고 스스로 2위를 차지한 북한은 실은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아닐까 싶다”며 조롱했다.

    ‘부탄’과 ‘국가행복지수’ 찬양하는 사람들, ‘부탄’으로 가세요

    한국에서는 ‘부탄’을 불교국가라고 말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나라는 라마교 국가다. 국민의 75% 이상이 라마교 신자다.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불교를 비롯해 타 종교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다.

    인권 수준이나 개인의 자유도 또한 낮은 편이다. 2011년 정부 통계청의 공식 조사에서 여성의 70%가 “남편에게는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다”고 답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샀고, 공공관서나 공공장소에 출입할 때는 ‘전통의상’만을 입어야 하며, 대학을 졸업한 사람만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법률이 있다고 한다.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대에 도로, 철도, 항공, 통신망, 상·하수도, 주거 등에서도 세계 최하위 수준인 나라가 ‘부탄’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만 졸업할 수 있는 수준이고, 무상의료라고 해도 암, 뇌혈관 질환 등의 중증 질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 한국이라면 충분히 목숨을 건지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교통사고라도 ‘부탄’에서 일어나면 죽은 것으로 봐야 한다.

  • 2016년 7월 네팔을 거쳐 부탄으로 간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에서 체링 톱게이 부탄 총리와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7월 네팔을 거쳐 부탄으로 간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에서 체링 톱게이 부탄 총리와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부탄을 찾아 트레킹을 하면서 정부 주요인사와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국민이 행복한 나라' 등의 주장을 적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부탄의 ‘국가행복지수’와 여기에 따라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이 영향을 끼치는 ‘국가행복청’에도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일부 매체는 ‘부탄’ 자체를 찬양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어떤 매체는 "부탄은 모두 가난하지만 기아와 거지가 없다"고 표현했다. 북쪽 어느 집단이 선전하던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정치인이 다른 나라의 좋은 제도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는 숱하게 많다. 하지만 ‘벤치마킹’이 성공하려면, 자기 나라의 상황에 맞는지부터 고려해야 한다. 자기 보기에 좋다고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것은 ‘벤치마킹’이 아니라 ‘카피’일 뿐이다. 더군다나 부탄의 ‘국가행복지수’는 북한의 ‘세계 행복지수 순위’처럼 ‘국가적 자위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미국과 영국 언론을 통해 이미 다 실체가 드러났다.

    이런 제도가 그렇게 부러운가. 그러면 부탄에 가서 귀화한 뒤 농사를 짓거나 길거리에서 잡담이나 하면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은가. ‘불만을 만족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민폐 그만 끼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