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여당, 마음놓고 토론하기 힘들 것… 국회 결정 존중 밝혀야"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후보자의 지명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후보자의 지명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낙연 국무총리후보자가 국회에서 개헌과 관련한 단일안이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 반발 기류가 번지고 있다.

    내년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함께 부치기로 한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 청와대에서 벌써부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국회에서의 단일안 합의에 어깃장을 놓으라는 '사인'을 내는 모습이 재연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총리후보자는 16일 금융연수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회는 단일 (개헌)안이 나오지 않고, 당(黨)별로 나올지도 모른다"며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안을 내는 게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법 제128조 1항에 따르면, 헌법개정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로 발의하거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이낙연 후보자의 발언은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원내 4당의 입장 차이로 단일안 도출에 실패할 것이므로, 이 경우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 행사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낙연 후보자는 이외에도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부치자는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와 있는데, 일정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개헌 공약의 이행이 어려울 가능성까지 점쳤다.

    이처럼 국회 단일개헌안 도출 실패와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 국민투표 부의 무산 가능성을 내다본 것은, 총리후보자로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치 집권여당에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칠 단일개헌안에 합의하지 말라는 '사인'을 낸 것으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개헌이 약속됐으나, '현재권력'의 자리에 오른 대통령이 약속 파기를 종용하고 집권여당이 이에 따라 개헌 작업에 비협조해 좌초된 적이 이미 여러 차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는 지적이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은 민주당 김영삼 총재, 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집권 민정당을 통합하는 삼당합당을 단행하면서, 내각제 개헌 추진의 비밀 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는 후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김영삼 대통령의 약속 파기와 집권 민자당 내 주류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1997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다시 한 번 내각제 개헌을, 이번에는 공개적인 형태로 약속했으나, 이 역시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 파기와 새천년민주당의 비협조로 좌초됐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국무총리의 후보자가 된 인사가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투로 전망한 것은 정무적으로 신중치 못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개헌특위 국민의당 간사였다가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동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당 의원들이 마음놓고 토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개헌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국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하겠다'고 밝히는 게 좋다"고 반발했다.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홍일표 의원도 17일 "4선 의원으로 18대 국회 때 개헌모임 공동대표를 지냈던 이낙연 후보자가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며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내세우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공약을 의식한 충성 발언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처럼 반발이 확산될 것을 의식한 탓인지, 이낙연 후보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실의 문제를 말한 것일 뿐, (국회와 대통령 중에서) 어느 쪽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