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발은 신선, 성공하려면 북한에 말려들지 말아야"
  • ▲ 인터뷰하는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 사진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인터뷰하는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 사진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0여 일간의 침묵을 깨고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탄핵과정에서 서울 청계광장과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애국시민들의 심금을 쥐고 흔들던 이른바 ‘김경재의 명연설’을 막기 위해, 일부 야당(현 여당) 인사 등은 김 총재를 상대로 2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할 말을 다하고 입을 닫았다. 수십 개에 달하는 ‘김경재의 명연설’은, 유튜브(You Tube)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김 총재 연설 동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평균 수십만을 기록했으며, 많은 것은 70만을 넘어섰다.

    그러다가 그는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재의 결정 직후, ‘악법도 법이고, 말도 안 되는 판결도 대한민국의 판결이자 우리 국민의 수준’이라는 생각으로 길고 깊은 침묵에 들어갔다.

    김 총재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으나 헌재의 탄핵 결정을 수용하고 정치적 발언을 자제한 이유와 관련해, 현행법상 자유총연맹은 일체의 선거운동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연맹의 수장인 자신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입을 연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책사이자 과거 야당을 대표했던 전략가답게, 그 동안 다듬어온 정책 구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그는 “대통령TV 토론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제 정책에 관한한, 수(數)의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새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보와 통일’ 이 두 가지 분야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의 새로운 스타일 신선하다”

    무엇보다 김경재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스타일과 파격적인 모습에 대해 “솔직히 말해 신선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일주일 동안의 모습을 정치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Politics of Style’, 즉 ‘스타일의 정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그가 퇴임 때까지 이른바 ‘신선한 작풍(作風)의 정치(政治)’로 초심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김 총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새 정권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 “절대로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특유의 협상전략에 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새 정권이 안보와 대북정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비무장 지대를 전 세계적인 글로벌 신도시로 조성하는 이른바 ‘Peace Belt(평화 벨트)’ 청사진을 내놨다.

    이 구상은 비무장지대를 6·25전쟁 참전국들에게 일정한 비율로 불하(임대)하고, 이곳에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 호텔과 리조트 등 위락시설, 대규모 사파리와 대형 국제회의시설 등을 조성해,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비극의 현장을, 동북아를 대표하는 경제번영의 허브 및 환경·생태 지구로 만드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김 총재는 여기에 ‘유엔 제5사무국’과 녹색기후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비정부기구의 유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이 구상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을 만하다.

    김 총재는 동북아의 긴장과 남북관계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런 내 뜻과 같이 할 수 있다면 새 정권과도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총재는 “북한의 대남전략전술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안목이 필요하다”며, 거듭 북한의 전략 전술에 휘말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재는 특히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성급한 영웅주의 때문에,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서둘러 현금을 주고 북한과의 정상회담 및 각종 문화교류행사 등을 개최함으로써 국내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수는 폐족 아니라 멸족 수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

    김 총재는 보수의 미래에 대해서도 뼈있는 조언을 던졌다. 그는 보수 기득권층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보수 스스로의 자정과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재는 “무기력한 보수가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사분오열된 모습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보수 내부에서 과감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태극기집회를 둘러싼 계파싸움, 주도권 다툼, 모금함 쟁탈전 등을 지켜보면서, 보수 세력의 졸렬한 행태에 참담한 절망감을 느꼈다고 실토했다.

    이 나라 보수세력은 폐족이 아니라 멸족 수준이다. 문재인 측 측근들이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을 보며 보수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 보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다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래서는 보수세력의 원상회복은 십년이 걸려도 부족할 것이다.

    김 총재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여전히 부정적인 집권여당의 ‘시대착오적인 구태’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냈다.

    그는 “북한 정권은 새정권 탄생을 기다렸다는 듯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북한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자 환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집권여당 의원들의 안이한 안보 인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드는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데 쓰이는 공격용 무기체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트럼프 본심은 한미FTA 재협상, 사드 분담 비용 발언은 협상용”

    김 총재는, 미국 망명 당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유학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트럼프와는 대학 동문이지만 친교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한미관계와 관련해 트럼프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사드 비용 분담 발언 등은 정말 돈을 달라는 것이라기보다는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외교적 발언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면서, “미국 조야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특사로 임명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40년간 DJ의 책사이자 브레인으로 활약했던 김경재 총재는 16년 동안의 미국 망명생활 중,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만난 인연으로 ‘김형욱 회고록’을 펴냈다. 이로 인해 그는 미국과 일본, 한국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1987년 귀국한 그는 15대와 16대 국회의원에 잇따라 당선되면서 야당을 대표하는 전략통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그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 뒤, 평양에 밀사로 다녀와서 투명성 확보 없는 북한 퍼주기식 포용정책에 반대했다. 이 일로 그는 DJ의 대북접촉 라인에서 배제됐다. 그는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그 후 공천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고 정치적 고난을 겪었다. 그는 DJ의 성급한 대북접근과 성과조급주의를 비판했지만 DJ의 모든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 국민통합의 지름길

    그는 지난해 1월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라는 제목의 시사 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과 (김대중 대통령의) 6.15선언은 단어만 다르지 기본골격은 사실상 동일하다”며,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는 기본적으로 같은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 산민통합(産民統合)은 지역과 세대갈등, 국론분열을 극복하는 상징”이라며, “서울 광화문에 가칭 ‘4대 탑’을 만들어, 한국 현대사를 이끈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4명의 전직 대통령을 기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재 총재 약력

    ▲전남 순천고, 서울대 정치학과
    ▲美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월간 ‘사상계’ 정치담당 편집자
    ▲뉴욕 ‘독립신문’ 주필 겸 발행인
    ▲북미주 민통연합 전국의장(1985)
    ▲평민당 창당 발기인
    ▲제15대, 제16대 국회의원(지역구 순천)
    ▲새정치국민회의 최고위원
    ▲김대중 대선후보 홍보위원장
    ▲노무현 대선후보 홍보본부장
    ▲박근혜 대선후보 기획특보 및 청와대 홍보특보
    ▲2016년 2월25일, 제16대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총재) 취임.


    저서

    2000년 1월 DJ의 독서일기.
    2009년 7월 혁명과 우상(전 5권).
    2016년 1월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2017년 4월 일본어판 출간).

    다음은 김경재 총재와의 인터뷰 요약.


    **********************************************


    대담.
    김 : 김경재 총재
    양 : 양원석 뉴데일리 사회부장.

  • ▲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가, 15일 오후 연맹 본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구상해 온 자유통일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가, 15일 오후 연맹 본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구상해 온 자유통일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양>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후 한동안 국내 정치 현안과 관련해 말씀을 아끼셨다.

    <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했다. 선거 관련 발언은 특히 안 되고. 그걸 하려면 총재직을 사퇴해야 한다. 내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나오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헛소문이 확산돼서 성명서 발표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원래 보수에 있었던 사람들이 ‘김경재 배신할 줄 알았다’고 하는데 기가 막히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하고. 아무튼 몇 달 동안 격동의 한국 역사의 한 순간을 중간자적 입장에서 차분하게 지켜봤다.


    <양>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상황이 낯설지 않았나?

    <김> 낯설고.. 최근 이야기부터 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산뜻한 출발을 하는 것 같아서. 신선하다고 할까, 깜짝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구나, 보수 후보가 당선돼도 저렇게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많이 달라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졌고. 이걸 정치학 용어로 풀이하면 ‘폴리틱스 오브 스타일(Politics of Style)’, 즉 스타일의 정치라고 할 수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서는 일단 도입 부분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이러한 신선한 정치가 계속 유지되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한다.


    <양>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을 아울러 넓은 의미의 보수진영은, 지난해 말 불거진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파문으로 심각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일부 인사는 앞으로 10년 아니 그 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보수진영이 정권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 87년에 헌법이 바뀌고 30년 동안 우파 셋, 좌파 셋 이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제 공을 한 번씩 주고받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보수진영 쪽에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지금도 ‘탄핵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과오를 인정하지만, 파면을 당할 만큼 잘못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탄핵이 객관적으로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적 탄핵을 당한 세력, 그 세력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가서 탄핵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은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본다. 홍준표 후보가 늦게 시작해 대단히 선전했다. 원천적이고 근원적인 개혁과 반성이 없다면 앞으로 보수정치의 앞날은 갈 길이 상당히 멀어 보인다.


    <양> 보수의 변화를 주문하셨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우선 지금까지의 보수 기득권이 정리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적폐청산, 그런 차원이 아니라 보수 안에서 스스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보수의 단결이라는 것이 전혀 가능하지 않다. 사람도 많이 떨어져 나갔고. 이 세력을 가지고 어떻게 정권 재창출을 이야기 할 수 있겠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는데, 현재의 보수는 부패뿐 아니라 분열도 한다. 안 망할 도리가 없다.

    지금의 보수세력은 너무나 초라하다. 보수의 가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도덕과 기품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나라의 균형 있는 역사발전을 위해서도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양>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통일’을 이야기하시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나?

    <김>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통일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어떤 정권이라도 내가 생각하는 식의 통일방식을 수용한다면, 나는 그들과 기꺼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께도 내 지론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고, 박 전 대통령께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히셨지만,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 분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은 자유통일을 위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또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다.


    <양> 지난 정권에서 총재님의 구상이 실현되지 못한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김>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을 비판하는 게 되기 때문에 지금 저간의 사정을 다 설명하긴 곤란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은 제 구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한번은 관저에서 오찬하면서 내가 그랬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통치 반대를 위해 청춘을 바쳤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다보니 박(정희) 대통령의 강압정치가 때로는 불가피했음을 이해하게 됐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는 나라>라는 책에도 썼듯이 통일운동을 하려면 국민의지를 하나로 모을 상징이 필요한데, 저는 대통령님을 통일의 아이콘으로 만들고 싶다.”

    그게 실패해서 참담하다.

  • ▲ 김경재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절대로 북한의 전략전술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사진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경재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절대로 북한의 전략전술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사진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양> 새 대통령 취임 직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노골적인 도발인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김> 문재인 대통령이 ‘스타일의 정치’를 통해 산뜻하게 시작을 한 것은 맞는데, 갑작스럽게 북한 미사일에 당혹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북한 변화 없이 대화 없다, 북핵을 막기 위해 어떤 수단도 동원하겠다”는 등 예상보다 강경하게 대응을 잘 했다. 이처럼 할 것은 분명히 하는 문 대통령의 대북자세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

    엄밀히 말하면 보수나 진보나 경제정책은 그 차이가 아주 작다. 같은 재화를 가지고 좌파는 좀 더 평등하게 나누자는 것이고, 우파는 더 많은 재화를 분배하기 위해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입장이다. 차이는 단지 이 것뿐이다.

    그럼 핵심은 뭐냐, 결국 안보 문제다. 지금은 사드가지고 시비를 걸 상황이 아니다. 사드는 우리의 적국이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것, 즉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그걸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지 북한이나 중국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다. 그런대 왜 난리법석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문 대통령도 이 문제가 단지 사드 반대 시위대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실감할 것이라고 본다.


    <양> 사드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풀기 위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EU 등에 특사를 파견했다. 전망을 말씀해 달라.

    <김> 예단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트럼프가 사드 배치비용의 한국 분담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그 카드를 한미FTA 재협상에서 협상용(바게이닝 칩)으로 사용할 것이다.

    트럼프는 ‘코리아 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이 북핵 및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뭔가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도 이걸 빨리 간파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을 잘 아는 홍석현 단장의 특사 파견은 적절한 결정이다.


    <양> 총재님의 통일 구상 중에 비무장지대(DMZ) 개발 프로젝트가 있는 걸로 아는데, 자세하게 설명 부탁한다.

    <김> 오랜 시간 정계에 있으면서 족히 수십 년간 DMZ의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DMZ의 규모는 평 단위를 기준으로 하면 2억5천 만평이 넘는다. 여기에 ‘Peace Belt(평화 벨트)’를 만들자는 것이 구상의 핵심이다. 인천공항에서 금강산까지 KTX를 놓고, DMZ 구간을 지하화하면 이 지역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생태관광복합단지로 만들 수 있다. 금강산을 인천공항에서 1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 접근성을 높이고, 문산 등 적당한 지역에 국제도시를 조성하면 내수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16개 한국전 참전국가에 이 지역의 땅을 일정 비율로 불하(임대)해 준다면 그 상징성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테마파크, 호텔, 전시컨벤션 시설에 극장, 공연장, 그리고 대형 사파리까지 조성한다면,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몰라보게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덧붙여 유엔 제5사무국을 이곳에 유치한다면, DMZ는 지구촌 평화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유엔 사무국은 전 세계에 모두 4곳이 있다. 미국 뉴욕에는 본부가 있고, 제네바, 비엔나, 케냐의 나이로비에도 사무국이 존재한다. 각 사무국이 관장하는 업무가 각각 다르다. 그런데 아시아에는 없다. 상해와 도쿄가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을 하기 때문인데, 제5사무국을 DMZ에 유치하자고 한다면 명분에서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이 되면 우리의 후세들은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 너무나 안타깝다.


    <양> 이번 정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 분명히 확률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경원선 복구 등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또 정권 초반이니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서두르면 북한에 말려들고 반드시 망한다. 신라의 김춘추, 고려 초기의 서희 같은 희대의 세객과 전략가가 필요할 것이다.


    <양> 선거 기간 중 연맹 전임자 등 일부 회원들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공식선언해 논란을 빚었다. 연맹이 공식적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섰는데.

    <김> 알고 보니 지난해 선거에서 패배한 전 총재 사람들이 한 짓이었다. 말이 ‘300인 선언식’이지 그만큼 모이지도 않았고, 전직 하부 임원 몇몇이 작당해서 만들어 낸, 하찮은 성명서 운운의 쇼에 불과했는데, 이것을 흡사 ‘현직’ 자유총연맹 지도부가 나서 지지성명을 발표한 것처럼 일부 언론이 호도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정말 우리나라 언론의 막가파식 보도태도, 이거 큰일이다. 그 사람들이 혹시나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논공행상과 대접을 받는지 지켜보겠다.


    <양> 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협상전술에 말리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약점도 잡히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사안별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만,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는 기본적으로, 삼각동맹의 우방 관계를 돈독히 유지해야 한다.

    반면 대중 관계는 다르다.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논쟁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를 훼방 놓는 중국 측의 허위와 날조, 그리고 유치한 시비에 강하게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약한 변방에게는 무자비했지만, 강자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역사를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아주 중요한 고비에서 지도자로 선출됐다. 물론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인으로서, 역사적으로 결정적 교착점에 설 수 있는 것도 무거운 책임이자 행운이다.
    잘못 판단해 전직 대통령의 실패를 되풀이 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위대한 정치인’이 될 것인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취임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산뜻한 출발이 계속되길 기원한다.


    대담 정리
    김희진 경제정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