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권서 '위법 공석' 특별감찰관도 임명 의지… "ABP 드라이브"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장의 대통령 특별보고 부활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장의 대통령 특별보고 부활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ABP(Anything But Park Geun-Hye, 박근혜 아닌 정책) 드라이브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의로 중단됐던 국가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를 부활토록 지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가인권위법에서 대통령에 대한 특별보고를 규정하고 있는데, 박근혜정부 시절 특별보고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정례적으로 인권위의 특별보고를 청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김대중정부 4년차였던 2001년 제정됐다. 법 제29조 2항에서는 인권위가 대통령에 특별보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5월 6일 김창국 당시 국가인권위원장으로부터 첫 특별보고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2006년·2007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김창국·조영황·안경환 위원장으로부터 특별보고를 받았으며, 보수정권으로 교체된 뒤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2011년·2012년 현병철 위원장으로부터 임기 중 세 차례 특별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국가인권위원장으로부터 특별보고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이렇게 임의로 중단된 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를 다시 부활하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국가인권위원장의 대통령 대면 특별보고가 재개되면, 인권위의 위상 제고는 물론 인권위가 정부부처와 각 기관에 권고하는 사항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 민정수석은 발표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적 효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는데, 권고가 사실상의 힘을 가지려면 상징적 의미로서 대통령과 인권위원장의 정례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며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기관장 평가를 통해 (사실상의 구속력 부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정부부처나 기관에 개선권고를 해도 불수용하거나 일부 수용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인권위원장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으면서 권고 불수용률이 높은 부처·기관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기관장 평가 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각급 기관이 인권위 권고의 핵심은 불수용하면서 부가적인 사항만 수용하는 일부 수용은 사실상의 권고 불수용이므로 이러한 '무늬만 수용' 행태를 근절할 것도 지시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 박근혜정권 5년 동안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채, 사문화될 상황에 처해 있던 국가인권위원장의 대통령 특별보고 부활 지시는 'ABP 정책 드라이브'의 하나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에도 법에서 결원을 30일 이내에 해소할 것을 지시하고 있으나, 위법하게 8개월 이상 공석 상태가 지속되고 있던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뜻을 나타내고,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 바 있다.

    법에 규정돼 있지만 지난 정권 5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국가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를 부활시키거나, 마찬가지로 법에 규정돼 있지만 위법 공석 상태였던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행보 모두 이전 정권과는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모색하는 행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초창기에는 ABR(Anything But Roh),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초창기에는 ABL(Anything But Lee)이 기승을 부렸던 적이 있다"며 "새 정부도 이명박정부 이전까지는 기능했지만 박근혜정권에 들어서서 중단됐던 게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는 ABP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