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경찰, 인권침해 진정 많아"… 수사권 의식해 소극 대응 야기?
  •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검경수사권조정이 경찰의 인권침해 방지와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대선에 앞서 동묘파출소를 방문해 경찰복을 입고 1일 순찰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검경수사권조정이 경찰의 인권침해 방지와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대선에 앞서 동묘파출소를 방문해 경찰복을 입고 1일 순찰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검경수사권조정 문제를 경찰의 인권침해 방지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찰이 독자적 수사개시권을 갖게 될 경우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하지만, 수사권조정을 의식해 자칫 범죄 앞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치안이 악화되거나 공권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5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며 "여러 전제 중 하나는 경찰 내에서의 인권침해 요소가 방지되도록 선제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수사의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면서, 제196조에서 경찰간부와 일선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고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검·경 간의 수사권을 조정해 독자적 수사권을 갖는 것은 경찰의 오랜 숙원이었다. 특히 경찰대 창설 이후 '엘리트 간부'로서 충원된 경찰간부들은 검사의 수사 지휘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왔다.

    민주화 이전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숱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직선제 개헌 이후로는 전국 검사의 수가 2000명 미만인 반면 경찰 조직은 10만여 명에 달하는 관계로 '경찰 가족'의 표를 의식해 선거 때마다 검경수사권조정이 단골 공약으로 올라오게 됐다.

    노무현정권 때 검경수사권조정협의회가 설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 문제에 관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공약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10대 공약에 검경수사권조정을 포함했다. 그 어느 때보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다만 이날 조국 민정수석의 브리핑으로, 검경수사권조정에는 경찰의 인권침해 방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생긴 것이 변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인권위에 접수된 인권침해 진정사건 수를 분석한 결과, 경찰(20.0%)에 대한 진정이 구금시설(30.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구금시설과 경찰만 합해도 전체 진정의 반수를 넘어갈 정도다.

  • 오산 청소년 테이저건 진압사건과 관련해, 경찰 청문감사실과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청소년 부모 측의 반응과는 별개로, 경기 화성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는 경찰의 대응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 홈페이지 갈무리
    ▲ 오산 청소년 테이저건 진압사건과 관련해, 경찰 청문감사실과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청소년 부모 측의 반응과는 별개로, 경기 화성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는 경찰의 대응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 홈페이지 갈무리

    조국 민정수석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국가기관별 인권침해 사건통계를 보면 경찰과 구금시설이 절대 다수"라며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의 강한 염원을 피력하는 것으로 아는데, 민정수석실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 전제로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경찰 자체에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면한 수사권조정을 의식한 경찰이 진정을 줄이기 위해 법 집행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오히려 치안이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산 청소년 테이저건 진압사건이다.

    지난 21일 새벽, 경기 오산시의 근린공원에서는 20여 명의 청소년들이 음주를 하며 소란을 벌이고 있어 주민들의 신고가 네 차례나 경찰에 접수됐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으나 청소년들은 출동한 경찰을 에워싸고 욕설을 하는 등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그 중 일부 청소년은 경찰관의 멱살을 잡거나 헤드락을 거는 등 직접적인 폭력까지 행사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일부 청소년을 제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저건으로 제압당한 청소년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오산지구대가 소속된 경기 화성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는 경찰을 격려하고 대처를 칭찬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청소년의 부모는 "경찰 청문감사실과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반응이다.

    민원이 만약 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 형태로 접수된다면, 이 역시 경찰에 대한 진정 사례에 1건으로 추가된다. 이를 검경수사권조정 문제와 연계하게 된다면, 경찰이 일선 치안 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 집행기관은 범죄 혐의자에 대응해 원치 않는 강제력을 행사하는 게 업무이기 때문에 민원 제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민원이 제기됐다거나 일방적인 진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정수석의 브리핑이 검경수사권조정을 의식해 '무조건 일단 진정 건 수를 줄이고 보라'는 식으로 경찰 측에 이해된다면, 일선 치안을 확립하려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야기해 공권력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치안 불안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