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표는 대통령이 하고, 비서실장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건 국민 기만"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가 낸 해명이 오히려 후폭풍을 몰고 왔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비리(非理) 논란으로 국회가 들썩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3인의 위장전입 문제를 비롯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각종 의혹으로 정국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모양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후보자들도 문제지만 모호한 해명으로 어물쩍 사태를 넘기려는 청와대의 의식도 심각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당초 5대 인사 원칙을 내놓은 이는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비리(非理)를 강조하며 고위공직자 임용 원천 배제 공약을 제시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5대 비리는 부동산투기, 병역면탈,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 문제다. 이 상태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인준을 강행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첫 단추부터 깨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다소 애매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26일 오후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비리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저희들은 마땅히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도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검증하고 있지만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빵 한조각, 닭 한마리에 얽힌 사연들이 다 다르듯이 관련 사실 내용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 다르다. 저희들로서는 관련 사실의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시점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자가 가진 자질, 능력들이 관련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서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는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현실적 제약 안에서 인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잘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 앞으로 스스로 겸비하는 마음으로 좋은 인재 널리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언 내용이 전파를 타자 야당에서는 "사과를 하랬더니 궤변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이 일제히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 위배에 대한 임종석 비서실장의 입장 발표는 비교적 신속했으나 내용은 옹색하고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이 철석같이 약속했던 5대 인사 원칙을 결국 지키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며 양해를 구했으나 결론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궤변이고 공약파기일 뿐"이라고 했다. "다가올 장관인사도 결국 5대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선제적 고백일 뿐"이라고도 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지난 정권에서 이런 후보자들을 내세웠다면 민주당은 과연 어찌했을 것인지 숙고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임종석 비서실장의 말대로 국민께 진정 죄송하다면 5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인선을 진지하게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내놓은 해명은 국민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의 논평 내용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선거 운동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한 5대 비리 고위공직 원천배제 원칙은 국정운영에는 적용할 수 없는 캠페인용 공약이었음을 인정한 것인지 묻고 싶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자질과 능력이 관련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 관련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면 5대 비리 고위공직 원천배제 원칙은 계속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장전입, 병역면탈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이 그들의 자질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은 누가 결정하는 것인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어떻게 다른지를 판단하는 기관은 오직 청와대인가 반문하고 싶다.
     
    국민의 공감을 얻기보다는 더욱 더 실망하게 하는 궤변수준의 해명을 비서실장을 통해 내놓고 그냥 넘어가자는 태도로는 사태를 매듭지을 수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 다시 한 번 공약 당사자인 대통령의 진솔한 해명을 요구한다. 5대 비리 고위공직 원천배제 원칙은 수정된 것인가, 고수하는 것인가."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사 기준에 대한 입장 발표는 일방적으로 독주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사회적 상실감이라는 모호한 명분을 앞세워 5대 비리 관련자라도 자질과 능력이 있는 경우 임명을 감행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권 입맛에 맞춘 고무줄 잣대로 인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꼼수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더욱이 인사 발표는 대통령이 직접하고 변명은 비서실장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런 입장 발표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5대 원칙을 스스로 파기한다는 것인지, 차후 예정된 청문회에 앞서 분명한 인선 기준을 제시해야 하며 인사 문제에 있어 모든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의 현실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선거용 인사원칙이 따로 있고, 청와대용 인사원칙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오신환 대변인은 "당선된 지 보름 밖에 안된 상황에서 대국민 공약인 인사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인사발표를 할 때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통큰 행보를 보이면서 왜 인사원칙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비서실장을 내세우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