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쓰려는 시점에 보 개방, 감정적이고 우발적" 관련 기관들,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어
  •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 특사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 특사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올해 가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농번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 상시개방을 지시한 것이 시의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강수량은 158mm로 평년(282mm)대비 56%에 그쳤다.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 역시 64%로 평년 저수율의 80%대 수준이다. 특히 5월 모내기 등을 위한 영농급수로 저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상청은 앞으로 6~8월의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가뭄이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하는 한편, 4대강 보 중 일부 보를 상시개방토록 지시했다. 보에 가둔 물을 흐르도록 해 녹조현상 등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4대강 사업결정 및 추진과정에서의 비리 개입 여부를 규명하고 후속조치를 예고했는데, 이 때문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오는 6월1일부터 상시개방되는 보는 낙동강의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다. 금강의 백제보는 보령 등 충남 서부 8개 시·군에 물을 공급 중이라는 이유로 상시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 기간 한철에 강수가 집중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강수량에 비해 수자원 관리가 어려운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이 한 철에 비가 예년에 비해 덜 내리면 가뭄으로 바로 직결되는 위험성이 있다.

    비록 정부가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을 고려하고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나, 모내기 등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면서 이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은 "4대강 보 개방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전문가의 심도있는 연구와 확고한 학문적 근거를 마련한 다음에 개방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좀 더 진정으로 생각하고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며 "물을 쓰려는 시점에 보를 개방하는 것은 감정적이고 우발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굳이 농번기 이전에 보 개방을 지시하면서 졸속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관련 공사들 역시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016년 8월 16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에서 펄스형 방류가 실시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지난 2016년 8월 16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에서 펄스형 방류가 실시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농어촌공사 지역본부 관계자는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1차 개방을 한다는게 정부 방침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어 관련 대책도 미비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어제도 정부 관계자가 현장을 다녀가고 했는데, 수문 상시개방 문제가 불과 며칠 전부터 언론을 통해 나온 사안이기 때문에 지역 농민들도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며 "안그래도 가물고 저수지 물도 부족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 알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4대강 수질 개선에 대해서는 보를 개방하는것 뿐만 아니라 강의 지류와 지천 등 오염원에 대한 수질 개선사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선후보는 지난 23일 "녹조 발생원인은 질소와 인 성분이 있는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 오염물질이 하천에 스며들어 고온다습한 물과 만날때 발생한다"며 보로 인해 수질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꼬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