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인데 물 흘려보내라니… 농민의 눈물도 함께 떨어질 것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경기도 양평의 농경지를 찾아 밀짚모자를 쓰고 논의 잡초를 뽑은 뒤 막걸리를 나누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귀가 옆에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경기도 양평의 농경지를 찾아 밀짚모자를 쓰고 논의 잡초를 뽑은 뒤 막걸리를 나누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귀가 옆에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의 후폭풍이 거세다.

    '4대강 사업' 덕분에 가뭄 걱정없이 농사를 짓고 물을 쓰는 성과에는 눈을 감은 채, 그저 대선후보자 TV토론에서 거듭 되뇌였던대로 '이명박·박근혜정권'에 타격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감사 지시를 한 것이라면 이것은 정책감사가 아니라 정치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전국은 유례없는 봄 가뭄에 휩싸여 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평년 대비 강수량이 57.2%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관측시스템을 갖춘 1973년 이래로 두 번째로 심각한 가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봄 가뭄 속에서도 애써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쌓아 거대한 '물그릇'을 마련해둔 덕분으로 농민들이 걱정없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난데없는 4대강 보 상시개방 명령으로 농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4대강 보를 상시개방해 애써 저장해둔 물을 흘려보내고,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수위가 낮아지면 취수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취수구 아래로 수위가 내려가면 '4대강 사업'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공포가 다시 농민들을 엄습하게 된다.

    비단 농업용수 뿐만이 아니다. 충남 서부는 제한급수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 지역은 거듭된 가뭄 피해 끝에 공주 백제보로부터 연결되는 도수로를 만들어 금강의 물을 끌어다쓰고 있다.

    농심(農心)은 외면해도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두고 충남의 민심 이반은 두려웠는지 4대강 보 상시개방 명령에서 유독 백제보만은 제외했다. 사실 이 자체가 이미 4대강 사업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성종 17년(1486년) 4월에 봄 가뭄이 유례없이 혹독해 홍문관 부제학 신종호가 "가뭄이 매우 심해 모맥이 말라죽고 우물도 고갈됐다"고 상신하니, 성종이 "내가 구중궁궐 깊숙이 거처해 있으니, 어찌 민간의 질고를 알겠는가"라고 탄식했다.

    구중궁궐에 있으면서 가뭄으로 인한 민생의 도탄을 전해듣고 되면 옛 제왕은 탄식이라도 했는데, 작금의 '제왕적 대통령'은 구중궁궐이나 다름없는 청와대에 들어가 업무지시 한 마디로 가뭄 때 농민들이 귀히 쓰고 있는 물을 덧없이 흘려보내려 하니 개탄스럽다.

    의도가 이전 정권 흠집내기용의 정치감사가 아닌 진정한 정책감사라면, 이낙연 국무총리후보자도 높이 평가했던 수변 자전거도로나, 농민들이 민생현장에서 체감하는 가뭄·홍수 피해 예방 효과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잘한 치적은 칭찬도 할 수 있는 용기가 담겨 있어야 제대로 된 정책감사 지시라 할 수 있는데,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지시에는 객관적인 감사 결과로 나타난 치적에 박수를 보낼 용기도 있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대선 때도 문제가 됐던 '댓글부대'의 횡포다. 4대강 사업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볼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이들 친문 패권세력들의 여론전이, 정책감사의 진의에 더욱 의구심을 품게끔 하고 있다.

    당장 모를 낼 물도 모자란 판국에, 손에 흙 한 번 묻혀본 적이 없는 '문각기동대' '달빛기사단'들이 몰두하고 있는 농심에 생채기를 내는 댓글질은 정책감사의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4대강 사업으로 저장한 물을 끌어다쓰지 않으면 당장 농사지을 물이 없다고 하니, 댓글부대들이 달려들어 "그렇다면 녹조라떼로 농사를 지었단 말이냐"고 성을 내니 가관이다. 이제 친문 '홍위병'들이 무서워, 벼농사도 생수 사다 들이부어가며 지어야 할 판국이다.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 꼬리치레도롱뇽 때문에 천성산터널을 폭파하고 울산에서 부산 가는 KTX를 끊어놓을 논리다. 흙이 숨을 쉬지 못하는데,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어떻게 눈뜨고 지켜보는지 모르겠다. 전부 갈아엎고 재자연화해야 하지 않겠나.

    정책감사를 통해 공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치적에는 박수를 보낼 생각이 없이, 그저 정치감사를 위한 업무지시를 내린 것이라면 그 결과는 나라에 도움되기 어렵다.

    4대강 보 상시 개방 명령으로 떨어지는 수위에 백성의 눈물도 떨어지고, 전임 정부에 복수하는 것에 흥겨워 높아지는 풍악소리에 백성의 원망소리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