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부족한 여주 방문해 文정부에 완곡한 비판… 완강한 주민들과 대조
  • 바른정당 의원들이 26일 경기도 여주를 방문해 물차로 물을 대고 있는 메마른 논을 바라보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취재진에 "보이는 논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15톤 트럭이 15회 번 정도 물을 끌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바른정당 의원들이 26일 경기도 여주를 방문해 물차로 물을 대고 있는 메마른 논을 바라보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취재진에 "보이는 논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15톤 트럭이 15회 번 정도 물을 끌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방향을 개편하는 상황에서, 기재부에서 심사를 나왔을 때 우리 지구의 용수로 사업 통과가 제대로 되겠느냐."

    경기 여주시 북내면 상교리 마을에서 바른정당 지도부를 만난 한 주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4대강 감사 지시·보 수문 개방 등을 언급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면으로 비판인 셈이다.

    바른정당이 26일, 여주 이포보와 농업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교리를 방문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지역 주민·농어촌 공사 관계자·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등이 한 데 모여 머리를 맞댔다. 농업용수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 행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였지만, 현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거셌다.

    주 원내대표는 "현장도 보고 도울 길이 있는지, 대책이 있는지 말씀을 듣기 위해 왔다"며 "가뭄 지역을 휴경우선지역으로 하면 지력이 상승하고 수해극복에 드는 예산도 절약되며 잉여 생산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소화전 물이라도 빼서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지 소방당국과 상의해보겠다"며 "소방당국 나름대로는 화재 시 대응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점검해서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바른정당의 경기 여주 방문은 정부가 최근 4대강 보 상시 개방 지시와 4대강 감사를 지시한 것과 맞물린 행보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이유로 오는 6월 1일부터 보를 상시 개방키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보수 정당은 4대강 사업이 가뭄 예방과 홍수피해감소의 효과가 있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4대강 사업 관련 논란 등 정치논쟁보다는 농업용수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 행보에 주력했다.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칠 것을 우려해서다.

  • 바른정당 의원들이 26일 경기도 여주의 이포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포보는 3천4백만 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수력발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DB
    ▲ 바른정당 의원들이 26일 경기도 여주의 이포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포보는 3천4백만 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수력발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DB

    주 원내대표의 조심성은 '이포보'에서도 계속됐다. 여주의 이포보는 강천보, 여주보와 함께 팔당댐 앞에서 수량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시개방을 주문한 6개 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수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봄 가뭄이 심각한데 제가 방문했던 지역은 가뭄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든다"며 "다만 남한강 수계는 물 사용료를 받는데, 논농사를 짓기 위한 급수차가 물을 뜨는 데에는 사용료를 면제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4대강 사업을 적대시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 주민은 "현재 4대강 사업을 놓고 정부는 수질 걱정만 하고 가뭄과 홍수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며 "더군다나 현재의 물 관리 예산이 환경부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 지역에 가뭄 대책을 위한 용수로를 심사하러 올 때 어떻게 하겠나 싶어 걱정돼 잠이 안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포보에서도 비슷한 성토가 이어졌다. 바른정당이 이포보를 시찰할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마을 이장은 "객관적으로 국가에서 행정만을 위주로 말해 가슴이 답답한 적이 많다"며 "이포보가 생긴 이래 참외 농사 하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전에는 팔당댐에 남한강 물이 몰리면서 물이 빠져나가는 데 열흘 이상 걸려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었지만, 이포보가 생기면서 물을 제어할 수 있게 돼 이틀 만에 물을 빼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실패한 농사를 만회하기 위해 배추를 심는 등의 수고로움도 덜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다들 이렇게 참외 농사를 망치면 배추를 심어 어떻게든 피해를 만회하려 하지만 곧 (배추)공급량이 증가해 가격이 폭락해서 다 버리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됐었다"며 "이런 농민을 국가에서 한 번도 쳐다본 적 없다"고 비토했다.

    나아가 "저는 비록 배우지 못했지만, 집을 지었는데 비가 새면 고쳐야지 때려 부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본다"며 "수질관리는 대한민국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수질 문제는) 관리를 하면 되는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농민에게 있어 물은 생명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환경을 위해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하자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 이들에게는 생존권 위협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들은 "(어렵게라도)관리하면 살기 좋은 국가가 되지만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팔당댐을 때려 부수면 다리도 안 만들어도 되고, 홍수가 나면 배를 타고 다니면 되는 문제냐"고도 했다.

    성난 민심이 확인되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포보 방문 직후 취재진에 "필요하면 전문가들끼리 개선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저희가 설명을 들었다시피 수해 방지에 큰 도움이 되고 급수도 3천 4백만 톤 추수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장의 설명"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완곡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