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햇볕, 보수는 궤멸했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배신당하고 협박당하고 속고서도 또 북에 뭘 주지 못해 안달인 모양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영양 지원 등 현물 위주의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는 현재의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사회문화 교류’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통일전선 현상의 가능성이다. 이쪽의 자유주의 사회 문화 단체나 북한인권 단체가 거기 끼일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른바 남-북 사회 문화 교류라는 것에는 북이 좋다고 할 단체만 끼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만남과 교류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가? 의미가 있다면 통일전선의 의미일 뿐.

    우리 내부의 문화계, 종교계 시민운동계에는 대북 교류-지원을 의도 하더라도 비(非)좌파적인 동기에서 그러는 계열도 있을 수 있고, 다분히 좌파적인 동기에서 그러는 계열도 있을 수 있다.
    이중 북한은 ‘다분히 좌파적인’ 단체와만 교류하려 할 것이다. 특히 이쪽 문화계는 자칭 ‘진보’ 쪽이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사회 문화 교류를 한다면 그건 북한의 어용 사화문화 단체와 이쪽의 자칭 ‘진보’ 성향 그룹들의 만남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만남을 마냥 풀어놓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 정말 바람직할 것인가?

     김정은은 지금 핵-미사일로 온갖 공갈 협박 도발로 전 세계를 향해 깡패 짓을 자행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 한국이 대북 햇볕으로 나간다면 대북 제재에 임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맥이 풀릴 것이다. “어, 정작 당사지인 한국이 저렇게 어깃장을 놓으니 우린 뭐가 되는가??”라며. 북한-중국-러시아는 좋다고 할 것이고, 미국 등 서방세계는 기가 찰 것이다.

     운동권 권력이 대북 햇볕과 친중(親中)으로 선회할 것이란 예상은 진작부터 했었다. 그 예상이 어김없이 현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를 41%로 뽑아준 유권자들은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기에 불평할 이유가 없다. 안철수 후보를 찍어준 23%도 그렇게 심각하게 유감스러워할 입장은 아니다. 어차피 '안보 어정쩡' 주의였으니까. 그러나 홍준표 후보를 찍어준 24%에겐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올 것으로 예상한 게 정말 오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 대항할 세력은 이해찬 의원이 궤멸시키기 전에 이미 궤멸하고 없다. 지리멸렬 그 자체다. 햇볕 통일전선에 맞설 힘있는 대항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그들은 정권을 잃었어도 금배지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없다. 할 말도 대답도 없다. 유구무언이다.
    난파선에 탄 입장에서 물에 빠지는 것 외에 달리 무슨 수가 또 있겠는가?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l5/2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