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역 서부역 앞 고가서 카자흐스탄 출신 A씨 투신1.4m 높이 투명 안전벽 무용지물..사고 막기엔 역부족
  • '서울로7017'.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로7017'.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역 고가 공원인 '서울로7017'에서 투신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가 보행길이 기획되던 2015년부터 '안전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서울시는 이렇다할 대책 마련 없이 그저 공기(工期)를 맞추는 데에만 급급했다. 이번 사고가 무사안일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29일 오후 11시 50분께 카자흐스탄 출신 A(32)씨가 중림동 방향 만리동 광장 인근 난간에서 투신했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0일 오전 7시 50분께 사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11시 25분경 난간에 올라갔으며 이를 발견한 서울시 경비용역이 경찰과 119안전센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 등이 A씨를 말렸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 당시) 무방비로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행정 조치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했던 '책무'를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경찰에 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는 '대책 회의를 열고 시설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로7017 안전을 위해 일반기준 1.2m보다 높은 1.4m를 적용했으며 순찰조 16명을 투입하고 3교대 형식의 당번을 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비 역시 고가 보행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미흡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고와 같은 저녁 시간(오후 9시 ~ 오전 9시)에는 용역 5명 중 1명이 교대로 순찰을 돌기 때문이다. 서울로를 1회 순찰하는데 40분 가량 걸리는 만큼 사각지대 비율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순찰용역 대기실은 관리사무실 옆 1곳이어서 거리가 먼 지점은 즉각 대응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서울로에는 CCTV가 29대 설치됐지만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시 중앙 행정 측에) 신청한 상태"라며 "경찰 수사 결과나 자체 점검을 통해 보완할 사항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 표시물이나 이중 난간 설치 등의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현재는 순찰을 도는 것 외에는 없다. 본인 의지로 하는 (자살)행위는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이번 사고가 서울로 개장 10일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서울로가 향후 '사고 다발 지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투신' 뿐 아니라 '투척' 사고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고 중 하나다. 다리 위에서 기물을 떨어뜨릴 경우, 사람이 다치거나 차량 간 추돌 사고가 발생해 교통혼잡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아울러 시위꾼들의 집회 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로는 서울 도심이 갖는 상징성과 함께 '공중'이라는 장점도 있어 군중의 시선을 끌기 쉬운 탓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2월 31일 오후 B씨는 서울역 고가 난간에서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은 뒤 불을 붙이기도 했다.


  • '서울로7017'.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로7017'.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