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의 대담한 파키스탄 군사령부 인질극이 18시간 여만에 마무리됐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군 당국은 이날 오전 6시(이하 현지시간)부터 무장괴한들이 인질극을 벌여온 라왈핀디 군 사령부 건물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인질구출 작전을 마쳤다. 파키스탄 군 대변인인 아타르 압바스 소장은 "자살폭탄 테러범을 포함한 4명의 무장괴한을 사살했다. 이제 모든 테러리스트가 죽었고 작전은 끝났다"고 말했다.

    작전 과정에서 특수부대원 2명이 죽고 괴한들이 불을 질러 3명의 인질이 사망했지만, 민간인 5명을 포함한 나머지 30명은 무사히 구출됐다. 이로써 괴한들의 군사령부 난입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늘었다.

    파키스탄 탈레반 운동(TTP) 대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은 전날 정오께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에 위치한 육군 사령부에 군복 차림으로 들이닥쳤다.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채 흰색 승합차를 타고 사령부에 난입한 괴한들 중 4명은 총격전을 벌이며 사령부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정부군에 사살됐다. 그러나 나머지 잔당은 청사 내 건물에 들어가 보안군 병사들과 민간인 등을 인질로 잡고 밤새 정부군과 대치해왔다.

    특수부대는 인질극이 시작된 지 18시간 만인 이날 오전 6시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인질들을 구해냈지만, 남은 자살테러범을 처리하느라 작전완료까지 시간이 다소 지연됐다. 압바스 소장은 "무장괴한들의 대장 격인 우스만드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그는 체포되기 전 자폭을 시도해 부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인질극은 TTP의 새 지도자로 선출된 하키물라 하키물라 메수드가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전임자 바이툴라 메수드에 대한 복수 의지를 밝힌 뒤 세 번째로 발생한 공격이다. 하키물라 메수드는 지난 4일 일부 기자들을 불러 바이툴라 메수드의 죽음에 대해 복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아프간 국경 인근 부족지역에서 무인기 공격을 강화하는 파키스탄 정부와 미국을 타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지난 5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현지 사무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WFP 직원 등 5명이 사망했다. 또 9일 북서변경주 주도인 페샤와르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49명이 죽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에 파키스탄에서도 가장 경비가 삼엄하다는 군사령부를 공격함으로써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느 장소든 타격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한편,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내 남와지리스탄에 위치한 TTP 본부에 대한 공세를 준비해온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인질극을 계기로 정부군의 공세 계획이 변경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레만 말리크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전날 "페샤와르, 이슬라마바드에서 잇따르는 참극의 배후에는 TTP가 있다. 모든 테러의 길은 남와지리스탄으로 향한다"며 "이제 공세에 나서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뉴델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