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호들갑 논란' 이래서..."청와대가 자초한 코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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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봉숭아학당이라고 자기인증한 것 아닙니까?"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31일 '사드 호들갑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를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내용을 보고 받고 격노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절차적으로도 당연한 것인데 청와대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보고 누락 사건은 반입(搬入)과 배치(配置)의 의미를 구분하지 못해 청와대가 자초한 코메디"라고 꼬집었다.

    "윤영찬 수석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보겠다. 현 시점의 팩트는 사드 발사대 6기 중 2기는 현장 배치됐고, 나머지 4기는 '반입'은 됐지만 '배치'는 아직 안 됐다는 것이다. 이걸 전제로 아래 재구성된 내용을 읽어 보시라.

    28일 오찬
    * 정의용 실장: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
    * 한민구 장관: 그런 게 있었습니까? (4기는 반입은 됐지만 배치는 안됐으니까 한 장관이 정답을 말한 것)

    30일 전화통화
    * 문 대통령: 사드 발사기 4기 추가 반입된 것이 사실입니까?
    * 한민구 장관: 네 사실입니다. (반입된 것은 사실이 맞으니까 사실이라고 답변한 것)

    이 재구성된 대화 내용을 보면 한민구 장관은 팩트 그대로 답변을 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반입과 배치는 같은 뜻이라고 생각해 왜 정의용 실장에게는 '배치'를 부정해놓고 문 대통령에겐 '반입'을 인정했느냐고 따지고 있는 것이다. 이거 완전히 봉숭아 청와대 아닙니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배치와 반입'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대통령에게 보고하다 실수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전 브리핑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은 28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오찬을 함께 하며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수석은 또 "정의용 실장은 29일 문재인 대통령께 보고를 했고, 문 대통령은 30일 한민구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기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었으나 수차례 감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영찬 수석은 얼마 후 백브리핑에서 '정의용 실장이 한 장관에게 물어볼 때 배치 사실을 물은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반입이라고 정정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정의용 실장에게 확인해야겠지만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는 취지로 물었다"라고 발언을 고쳤다.

    국가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마저 '반입과 배치'를 혼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하태경 의원은 "오늘 윤영찬 수석의 브리핑은 오류 투성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문구가 삭제됐다는 윤영찬 수석의 설명과 관련해 "(청와대는) 이것이 은폐의 증거라고 말하는데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은 팩트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사드 발사대) 2기는 성주에 배치됐고 4기만 미군기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틀린 사실을 삭제했는데 이게 왜 은폐가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청와대 발표는 의혹만 연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청와대가 사실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사드 호들갑 논란'을 둘러싼 야권의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회의에서 "언론보도만 확인해도 진작 파악했을 사실을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떠드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고,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위원장은 "청와대의 발표대로라면 지난 17~18일 홍석현 미국 특사와 이해찬 중국 특사는 사드가 몇 기 배치됐는지도 모르고 맨손과 빈 몸으로 시진핑과 트럼프를 만나 외교를 한 셈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이 매우 충격적이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하는데 저는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한 발언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사드 1개 포대는 6기의 발사대로 이뤄져 있고 그중에 2기가 먼저 들어오고 4기가 이미 들어와 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확인된지 언제인데 대통령이 이제 와서 알았다는 것부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다 알려진 내용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도 문제이고, 몰랐다는 것이 청와대의 보고체계 결함이라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