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협치불가 강경 모드, 김상조 공정위원장 임명도 무난할 듯
  • 문재인 정부의 초기 내각 구성이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자유한국당은 '협치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렇다 할 '송곳 검증' 없이 엄포만 놓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 일정이 끝나고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앞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우 당초 야당의 '낙마 타깃 1호'였다.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 수십가지 의혹에 휩싸이며 '불공정위원장'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결정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남 은마 아파트 위장전입 문제는 가장 먼저 제기된 논란이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 부인의 항암치료 때문이라는 해명에 야당 청문위원들은 더이상 공세를 잇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갔다.

    논문표절과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서도 "송구스럽다"나 "당시에는 관행이었다"는 해명에 야권은 주춤했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서 머물고, 더 이상 '추가타'를 치지 못한 것이다.

  • 국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공준표 뉴데일리 사진기자
    ▲ 국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공준표 뉴데일리 사진기자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과정도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사청문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의 자질이나 도덕성 등을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며 "낙마할 수는 없다"고 자신했다.

    이 같은 야권의 무기력한 모습은 겉으로는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지만, 각자 입장이 다른 야3당의 처지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장 강경한 공세를 펼쳐야 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청문회보다 내부 분열에 빠져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오는 7월3일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은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1일과 2일 충북 단양에서 연찬회를 진행했다.

    대선패배 이후 제1야당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일부에서는 '사실상 청문회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쏟아졌다.

    이날 연찬회에는 여전히 친박과 비박간의 당권 경쟁을 위한 세력 규합 움직임이 감지됐다. 4일 귀국하는 홍준표 전 대선후보의 당권 행보를 저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친박의원들의 긴장감도 여기저기서 묻어났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저격수'로 활약해야 할 초재선들이 9년간의 여당생활로 많이 무뎌진 것도 사실"이라며 "청문회 후보자들을 낙마시켜 文정부에 타격을 주는 것보다는 안보나 경제 등 주요 국정현안을 견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간에 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스탠스가 애매해졌다는 점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극렬한 반발이 있어야 중도층을 지향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문회를 진행 중인 국회 정무위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한국당 7명,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3명씩,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당은 사실상 민주당 편을 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반대 의견을 내 청문심사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회 인준 과정이 필요 없는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한다면, 또다시 진보표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사실이면 인정하는 모습이 김상조 교수 답다"며 "청문회를 통과, 위원장에 취임해 재벌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부"라고 페이스북에 의견을 남겼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 과정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입으로는 반대'를 외치지만, 현실적으로 자유한국당과 입장차를 내기 위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한국당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야당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무작정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할 수 없다"며 "야3당이 함께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어젠다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