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수입루트 막히자 ‘사재기’ 극성…英BBC “테러조직에 몸값 지불, 유화적 태도 문제”
  • ▲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으로 시작으로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사진은 카타르와 주변국 지도.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으로 시작으로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사진은 카타르와 주변국 지도.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요르단, 이집트, 리비아, 예멘, 모리타니, 몰디브 등 9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정부는 이날 각각 국영통신사를 통해 “국가안보를 위해 테러조직을 후원하고 국내 안보정책에 개입하려는 카타르와 단교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정부가 카타르에 대해 단교 선언을 하게 된 표면적인 원인은 2주 전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가 보도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밈’ 국왕의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 보도였다.

    QNA의 당시 보도는 “이란은 이슬람의 맹주로,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의 對이란 정책을 비난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QNA 측은 해당 보도가 “해커가 조작한 ‘가짜뉴스’이며 국왕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UAE, 요르단, 이집트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카타르 정부의 요청을 받은 美정보기관들이 QNA 보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러시아 해커들이 사이트를 해킹한 뒤 가짜뉴스를 올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국가들은 결정은 번복하지 않고 있다.

    GCC 회원국인 카타르는 다른 회원국과 주변국으로부터 단교를 당한 뒤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카타르와의 단교 선언국은 7일 현재 9개 나라로 늘었고, 20만 명의 근로자를 카타르에 파견하고 있는 필리핀은 자국 근로자를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등은 카타르와의 육·해·공 수송로를 막았고, 카타르 왕실이 설립한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지국도 폐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UAE, 바레인 국적자들은 2주 전에 이미 카타르를 떠났다고 한다.

  • ▲ 카타르 도하국제공항을 오가는 중동 국가 항공편이 대부분 취소된 모습.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카타르 도하국제공항을 오가는 중동 국가 항공편이 대부분 취소된 모습.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카타르에서는 식료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식량 운송로의 40%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운송로가 끊어진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한다.

    英BBC와 美CNN 등 주요 외신들은 카타르가 단교를 당한 원인과 현재 상황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카타르 단교’의 원인이 국영통신사 QNA의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방아쇠’가 된 부분으로, 실제는 이란을 비롯해 하마스 등 테러조직들과의 연계 및 후원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英BBC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등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QNA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카타르 왕실이 ‘무슬림 형제단’과 ‘하마스’ 등 테러조직들을 공공연히 후원하고,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과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英BBC에 따르면, 카타르는 테러조직 ‘대쉬(ISIS)’에 대항하는 미국 주도의 동맹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이란이 지원하는 근본주의 이슬람 조직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과 맞서 싸우는 반군 가운데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했다고 한다.

    카타르는 또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연계되어 있는 ‘하얏 타리르 알-샴’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에게도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카타르 수도 ‘도하’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현지 사무소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는 ‘하마스’의 주요 간부들도 카타르에 머물고 있었다. ‘하마스’ 간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UAE, 요르단 등이 단교를 선언한 뒤 카타르 정부 관계자의 요청을 받고 스위스 등 다른 나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英BBC는 “이밖에도 왕족 납치범에게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200억 원)에 가까운 인질 몸값을 지불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12월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사냥을 하던 카타르 왕족들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는데, 이들을 풀어주는 댓가로 10억 달러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카타르 정부가 실제로 10억 달러를 몸값으로 지불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英‘텔레그라프’가 입수해 보도한 카타르 왕실 기밀문서에 따르면, 납치된 왕족들의 몸값으로 5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를 준비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英‘파이낸셜 타임스(FT)’는 “카타르 정부가 지난 4월 납치범들에게 지불한 수 억 달러의 몸값은 알 카에다 시리아 지부와 시아파 민병대, 이란 안보기관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 ▲ 美주요 언론들도 수니파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선언이 가져올 영향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美폭스뉴스 인사이더 관련 특별보도 화면캡쳐.
    ▲ 美주요 언론들도 수니파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선언이 가져올 영향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美폭스뉴스 인사이더 관련 특별보도 화면캡쳐.


    이런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테러와의 전쟁에 수니파 동맹국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며 ‘안보 동맹 강화’를 촉구하자 카타르에 대한 단교 선언이 일어났다는 풀이였다.

    英BBC는 “현재 GCC 회원국 가운데 쿠웨이트와 오만은 단교 선언을 하지 않았다”면서 “쿠웨이트는 GCC 회원국들과 카타르 사이에서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많이 보도되지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현재 예멘 내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예멘 정부군을 공격하는 후티 반군이 시아파이며,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시아파 타도를 외치며 ‘이슬람 연합군’을 창설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또한 ‘대쉬(ISIS)’를 비롯해 ‘알 카에다’와 ‘탈레반’ ‘무슬림 형제단’ 등 왕정 타도와 신정일치 국가 건설을 외치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 소탕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카타르의 행동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