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여전히 '딥 슬립'..뇌손상 등 중증은 아냐"탑 주치의 "경험상 1주일 내에는 다 회복"

  • 의무경찰로 군 대체 복무 중이던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30)이 약물과다 복용으로 '기면(嗜眠·deep sleep)' 상태에 빠졌다.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 부대 안에서 잠을 자다 좀처럼 깨지 못해 이화여대 목동병원으로 이송된 탑은 이틀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깊은 수면' 단계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기면 상태'로 불리는 이 증상은 '혼몽(昏懜)'보다는 강하고 '혼수(昏睡)'보다는 약한 의식 장애를 일컫는다.

    탑이 '기면 상태'에 빠진 원인은 평소 복용하던 신경안정제 계통의 처방약을 과다 복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 5일 서울청 4기동단으로 전출된 탑은 오후 10시경 약을 먹고 잠들었는데, 이튿날 오전 7시 30분경 잠시 눈을 떴다 재차 잠이 들었고, 12시 무렵엔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지 못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서 "탑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보도를 하고, 탑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가족 측에서 "탑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잠이 덜 깬 상태'라는 경찰 측 발표를 불신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온라인상에선 탑의 건강 상태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7일 오전, 탑의 어머니가 취재진에게 "경찰이 의식도 전혀 없고 다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잠을 자고 있다고 발표해 잘못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위급한 상황에 이런 보도가 나와 고통스럽다"는 하소연을 함에 따라, 탑을 치료 중인 병원 측은 더 이상의 억측과 오해를 막기 위해 기자들을 상대로 공개 브리핑을 갖기로 했다.



  • 예고한대로 이날 오후 4시경 이대 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연 의료진은 ▲내원했을 당시 탑의 상태와 ▲치료 과정, ▲현재 건강 상태 등을 소상히 밝히며 가족과 팬들의 오해를 풀고자 애썼다.

    김한수 이비인후과 교수(홍보실장)는 "탑은 지난 6일 12시 34분 세 명의 동반자와 함께 도착했는데, 당시 한 명은 상체, 다른 두 명은 하체를 든 상태로 내원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후 진찰을 해보니 환자는 일방적인 자극에는 반응이 없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기면 상태'였다"며 "동공이 축소돼 있었고 빛 반사가 감소됐었으며 저산소증과 고이산화탄소증을 동반한 '호흡부전' 상태를 보였다"고 입원 당시 상태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판단해 오후 4시 50분 응급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시작한 결과, 오늘 고이산화탄소증은 해소됐으나 여전히 '기면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기면 상태로 인해 정신의학과 면담은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면담 등 정신 건강학적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탑의 주치의인 이덕희 응급의료과 교수는 "검사 결과 탑이 복용한 약에서 벤조디아제핀이 검출됐다"며 "신경안정제로 많이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을 과량 복용해 지금과 같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히 얼마 만큼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수면제 복용 사고를 입은 환자들의 회복 시기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며 "같은 약을 먹어도 젊은 사람이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는데 보통 합병증만 없으면 치료 경험상 1주일 내에는 다 회복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할 계획이고 우선은 산소 보조 치료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애당초 가족분들과 경찰에서 환자의 상태를 두고 다른 의견을 보였던 것은 '의식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술을 과하게 마셨을 때에도 보통은 의식이 명확하지 않다고 보는데, 지금 환자의 상태는 일반적으로 잠에서 막 깬 상태보다는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 김용재 신경과 교수는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때엔 '강한 자극', 예를 들면 바늘로 찌르거나 사지에 통증을 줬을 때에만 반응했었는데, 오늘 오후 3시 30분 실시한 면담에서 자극을 줬을 때 눈을 떴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10초 이상 집중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여전히 명확하게 의식이 돌아온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탑이 중환자실에 있었던 이유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기 때문이고, 의식이 없는 관계로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멈추고 뇌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벤조다이아제핀 계통의 약물을 먹었을 경우엔 대부분 중환자실에서 관찰하는데 아직 호흡 정지가 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탑이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출신 한OO(21)씨와 함께 대마초를 피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5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탑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탑은 지난해 10월 9~14일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한씨와 함께 4번 대마를 흡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2번은 궐련 형태(종이로 말은 담배)로 피웠고, 나머지 2번은 전자담배를 통해 '액상 대마'를 흡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당시 "한씨는 대마초를 피웠지만 자신은 전자담배를 피웠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던 탑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감식 결과 대마 성분 양성 반응이 나오자 검찰 진술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탑을 마약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탑의 보직(악대 소속 의무경찰)이 부적합하다고 판단, 지난 5일 서울청 내 4기동단으로 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