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러셀 前국무부 차관보 등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미국과 달라”
  • 2012년 10월 4일 '104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열린 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특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2년 10월 4일 '104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열린 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특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美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라며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美전략자산 배치 축소를 미국 측에 제안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 구설수에 올랐다.

    문정인 특보와 청와대 등은 한국과 미국에서 논란이 커지자 이를 진화하려 노력 중이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직 美정부 고위관료들은 문정인 특보를 만난 자리에서 “친중적 태도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19일(현지시간) 美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 美-韓동맹의 의미’라는 세미나에서 문정은 특보와 전직 美정부 고위관료들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세미나에 참석한 문정인 특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발언을 진화하려는 듯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 및 개입’과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는 “보라, 지금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2321호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킨 상태다”라면서 “우리는 현재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특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격받을 것을 우려해서인지 “나는 대통령의 조언자일 뿐이고, 내 말을 듣고 안 듣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몇 차례 대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게다가 오토 웜비어 사건에 따른 美정가의 적대적 분위기,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만약 적절한 상황이 주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하겠지만, 지금은 적절한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모든 도발을 중단하고 진심어린 행동을 보여야 북한과 대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는 설명이었다.

    문정인 특보는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와 한반도 배치 美전략자산 축소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전개되는 美전략무기를 그 이전수준으로 돌리자는 뜻”이라면서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조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해, 그의 실제 생각에는 변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는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화나게 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한국 배치의 뜻을 확인했다”면서도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문제와 사드 배치의 적법한 절차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의 이날 발언에 전직 美정부 고위관료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대니얼 러셀 前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미 두 나라의 대북정책에 공통점이 많지만, 핵문제와 대북 관여전략, 북한주민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지 정해야 한다”면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대니얼 러셀 前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은 한미동맹 와해를 목표로 삼고 있고, 중국도 양국 동맹의 균열을 반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미 정상이 북한 문제에서는 일치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수미 테리 前백악관 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현재 한미 양국은 서로 다른 대북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美정부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세컨더리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韓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는 등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두 전직 美고위관료는 문정인 특보의 ‘사드’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고 한다.

    대니얼 러셀 前국무부 차관보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중국은 지금도 ‘사드’가 자기네들에게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고,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어 시스템 배치를 반대할 명분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수미 테리 前백악관 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늦추면서 중국 정부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드’ 배치를 완전히 철회할 때까지는 중국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사드’ 반대는 정치적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대니얼 러셀 前차관보와 수미 테리 前NSC 보좌관은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美국무부와 美백악관 NSC 관련 기관들과 오랜 기간 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지적은 美정부 관계자들이 문정인 특보의 지난 16일 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미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가 아무리 “학자로써 개인적 견해”라고 진화를 해도 美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