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D 체계 들어가는 댓가로 독자 핵개발 노선 추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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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드문제가 복잡한 정치-군사-외교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무기운용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이 모든 문제의 매트릭스를 상세히 다 들여다 봐야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잔 가지는 다 쳐내고 큰 가지만 보도록 하자.


    사드는 공격형 무기가 아니므로 중요한 것은 사드 레이다가 어디까지 들여다 보는 가이다.
    지금 있는 사드 레이다 1대로는 북한 보기에도 바쁘므로 한 대가 더 배치되어야만 중국까지 볼 수 있다.
    레이다 한 대로 단거리와 장거리 세팅을 번갈아 하기가 기술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드 레이다가 더 들어와서 중국 영공까지 탐지한다면, 한국의 사드 시스템은 미-일 MD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MD 시스템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한국의 주적은 북한을 넘어 간접적으로 중국까지 포함된다.
    이는 거꾸로 미-중간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은 한-미-일 MD 시스템의 전초기지로서, 중국의 초반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처럼 탐지 영역이 북한 영토로만 한정된다면, 당분간 이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사드배치는 기존의 한-미 연합전력을 조금 더 강화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 내용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상황, 즉 한국이 사드의 적극적인 배치를 통해 한-미-일 MD시스템을 발전시키고, 그것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쓰여진 것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뭔가를 크게 받기 위해서는 한국도 미국에게 뭔가를 크게 줘야 한다.
    미국에게 주는 것은 일-미 MD 시스템에의 합류이고, 받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의 독자 핵개발이다.


    현재, 북한이 핵 단추만 누르면 한국은 불바다가 되어 한반도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늘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보는 가족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
    내일부터는 못 본다.
    그것이 팩트(fact)다.
    한국의 새정부가 어떤 유화정책을 쓰며 우리만은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북한에게 미소를 팔고 물자를 퍼다 주어도, 그 단추를 누를 지 안 누를 지는 평양의 심기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남쪽에 대한 평양의 심기는 늘 왔다갔다 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심각하게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해 봐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


    중국을 통한 북한의 핵포기 압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북한은 계속하여 핵탄두 소형화와 ICBM을 개발해 나아가고 있는 현싯점에서 한국에게는 다음의 선택안이 있다.

    첫째는, 북한에 복속되어 김일성 전체주의 통일한국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군사동맹을 이루어, 중국의 핵우산으로 들어가서 북한을 견제하는 것이다.
    셋째는, 가능한 한 빨리 자체 핵을 보유하는 것이다.
    넷째는, 미국의 대북 핵우산속으로 확실하게 들어가는 것이다.

    이 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
    어느 옵션이 제일 현실적일까?


    첫번째 옵션인 전체주의 통일을 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가?
    국내정치에서도 정권만 바뀌면 정치보복으로 줄줄히 감옥으로 들어가는 마당에, 누가 적에게 피의 숙청과 죽음을 당할 통일을 이루겠는가.
    죽음을 무릅쓰고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지키고 있는 전체주의 권력집단이 그 권력을 다른 쪽과 공유하겠는가.
    핵 보유 상태에서의 전체주의 통일에 어느 강대국이 개입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강대국의 외교적-군사적 개입 상황이 어떻게 통제 관리되겠는가.
    일방적인 핵무기 소유는 남북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북한이 진정한 통일의 의지가 있었으면, 핵무기 개발 이전에 한국과의 통합을 먼저 적극적으로 시도했었을 것이다.


    두번째 옵션인 한-중동맹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지만, 그나마 첫째보다는 쉽다.
    하지만, 어차피 핵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의 핵우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적 영향력, 패권적인 중국 중심의 세계관, 그리고 아시아 어디서든 범람하는 그 인구의 규모를 아울러 살펴 볼 때, 결과적으로 한-중동맹은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세번째 옵션인 자체 핵개발은 기존 핵클럽으로부터의 심각한 도전과 위협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적인 협상이나 기술적인 기지를 발휘하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심지어 북한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두번째보다는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핵개발을 하는 동안, 북한의 핵에 완전히 노출되어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현재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한이 불균형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이 순간이 북한으로서는 군사행동 혹은 핵사용에의 유혹을 가장 크게 느낄 것이다.  


    네번째 옵션인 핵우산 보장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는 현재의 한-미동맹을 한발자국만 더 공고히 하면 된다.
    한-미동맹을 어떻게 더 확고한 상호신뢰 위해 강화할 것인가의 과제가 있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다.
    위 네 개의 대안 중 마지막 옵션인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핵우산 보장 이외에는 현재 남한으로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탈출구가 없다.


    사드 문제는 이 네 번째 대안과 관련하여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전략적 결정이다.
    한국은 적극적인 사드배치를 통해 미국 주도의 미-일 MD시스템에 편입되는 대신 북핵에 대응하는 확고한 핵우산을 요구하며 한-미동맹을 확대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불안하게 자국의 생존을 타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존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 통 큰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한국 국민이 스스로의 생명을 중국의 위협에 노출하였으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독자 핵개발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한국은 신속히 핵무기 개발을 끝내야 한다.
    그런 후, NATO의 영국과 프랑스처럼 자국의 핵과 동맹국 미국의 핵으로 북한 핵을 이중으로 억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적인 핵보유는 필연적으로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올 것이지만, 오히려 동북아 6개국의 핵보유가 지금처럼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위험한 핵 불균형이 계속되는 상황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하다.
    핵 불균형이 있을 때에는 핵사용에 대한 유혹이 늘 있다.
    누군가 실제로 핵을 쓸 수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이 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 핵 불균형 때문이다.
    역으로 냉전시기를 지나오면서, 지금까지 초강대국간에 전쟁이 없었던 것도 이 핵균형 때문이었다.
    국제질서에서 평화라는 것은 원래 없다.
    오직 어떻게 힘의 균형을 이뤄 안정적 상황을 만들어 내느냐만이 중요하다.
    그 짧은 균형 속에 그저 잠시 숨을 고르는 그 순간이 소위 우리가 말하는 [평화]라는 것이다.


    고스톱으로 얘기하면 지금 한-미관계는 이른바 [쇼당] 국면에 처해 있다.
    한-미는 완전히 떨어지던가, 완전히 붙던가 둘 중 하나다.
    가운데는 없다.
    지금 한국의 새정부가 기획하는 어정쩡한 중간 길은 없다.

    북한과 핵 균형이 이루어지고, 서로 통일비용을 감당할 정도의 경제력 균형이 이루어지고, 정치문화와 사회적 가치의 호환성이 생기고, 정치보복을 포함 통일후 폭력사용의 가능성이 낮아졌을 때.
    그때 가서야 비로소 통일을 얘기할 수 있다.
    먼 훗날의 일이다.


    이러한 균형이 이루어지기 전, 모든 통일 얘기는 헛꿈이다.
    이 헛꿈을 꿈인 줄조차 모르고, 실행으로 옮기려 하면, 그 [어정쩡한] 불균형의 틈 사이로 전쟁의 마(魔)가 들어 올 것이다.


  • 지 영해
    현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양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학 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