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委 첫 전체회의서 비정규직 전환 로드맵 수립 지시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위촉장을 수여한 일자리위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용섭 부위원장의 인도를 받으며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위촉장을 수여한 일자리위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용섭 부위원장의 인도를 받으며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맡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직접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총파업'을 예고한 노동계 달래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촛불청구권'을 내세워 몫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노동계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개발언으로 우호적 제스쳐를 보내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자리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첫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직속 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임한다. 부위원장은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장관이 맡았다.

    겸임 위원장인 대통령을 대신해 사실상 위원회의 수장인 이용섭 부위원장(장관급)은 이날 회의에 앞서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등 경영계 인사들을 제쳐놓고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게 각별한 관심과 호의를 표시했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정장 차림인 다른 위원들과는 달리 작업복 조끼에 '당장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자'는 뜻의 '만원NOW' 배지를 달고 참석한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친노동계인 이런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모두발언을 했다.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직속 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 파이팅"을 외치는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 나서는 모습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주요 노사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18년 만에 처음이라더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 대표들이 참석하는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노동계에 사의를 표했다.

    이어 "노동계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서 아주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됐지만 문재인정부는 다르다"며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아가 "노동계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희망을 주는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더라"며 "현대차노조와 기아차노조, 금속노조가 정규직 노동자와 사측이 절반씩 출연해서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과 청년일자리 문제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감사드린다"고 추어올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미담'으로 소개한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5000억 원 조성 제안은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게 일자리위원 위촉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게 일자리위원 위촉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현대차노사가 절반인 2500억 원씩 분담해서 기금을 조성하자는 제안인데, 회사가 내는 2500억 원은 그냥 회사가 내는 것이지만, 노조가 내겠다는 2500억 원은 회사와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이겨야 비로소 사측으로부터 받을 돈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 소송에서 항소심까지 패소한 상황이다.

    패소가 상고심에서 최종확정되면 노조가 내놓을 2500억 원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이는 것인데, 이를 대통령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공개 석상에서 치켜세우는 것은 모두발언 원고를 작성한 참모들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순방 중일 오는 30일에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한 민노총을 달래는 발언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는 지난 두 정부에서 워낙 억눌려왔기 때문에 아마도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노동계와 함께 일자리위원회에 일방 당사자로 참여한 경영계에는 비교적 실망스러웠던 첫 전체회의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또 친경영·친기업이기도 하다"며 "경영계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면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의 과제로 언급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 해소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기업에는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내용들이다.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가 창출될텐데, 어떻게 기업의 활력을 촉진해 투자를 늘릴 것인지의 해법은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언급된 '3대 과제' 중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서 추진이 병행되도록 시한을 못박아 일자리위원회에서 로드맵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만큼, 이와 관련한 관가의 압박이 향후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공공 부문의 추진 로드맵과 민간 부문의 추진 원칙에 대해 위원회가 조속히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과 공공 부문의 노력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정책 로드맵을 8월말까지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