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反美집회, 미 트럼프 정부 오판 가능성 높여
  • 성주군청 인근에서 행진하는 사드배치 촉구집회 참가자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성주군청 인근에서 행진하는 사드배치 촉구집회 참가자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성주군에서 열린 사드배치촉구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전쟁 직전 1949년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새 정부가 사드 배치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평가절하하자 그때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났다.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듬해 한국전쟁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불안감이 단순 노파심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두  정치학 이론에 근거한다. 하나는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로버트 저비스(Jervis) 교수가 주장한 국가 간 ‘인식’에 대한 논의, 또 하나는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제임스 피어론(James Fearon) 교수의 ‘청중비용’이론이다. 두 교수는 국제정치학계의 거목으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저비스 교수는 국가 간의 관계가 ‘오인’(Misperception)으로 인해, 두 파국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지도자가 오인하는 이유는 서로를 향해 보내는 신호(Signal)가 분명치 않을 때다. 오인이 발생하는 한 가지 구체적인 사례는 상대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달라 명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없을 때이다. 이 논의의 배경엔 지도자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결정을 내린다는 현실주의적 고려가 있다.

    문제는 정부가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 정부를 당황하게 할 만한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정부가 사드배치에 대해 “번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거론하며 원활한 무기 운용을 지연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말’과 ‘행동’이 달라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로부터 충분히 ‘오인’을 살 수 있는 점이다.

    국민들도 ‘오인’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성주 군청 앞 집회자들에게서도 이런 말들을 들을 수 있었.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배치를 지연시키면서 말로는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외국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미군을 철수시키는 건 아니겠지?” 미국이 혹여나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물론 미중 경쟁 속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衆論)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미국에 애매모호한 시그널을 보낸다면 국민들이 우려하던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북한문제에서 한국만 배제되는 코리아패싱(Korea Passing)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오인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간단하다. 상대가 오인하지 않도록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이를 위한 집회의 개최 빈도를 늘리는 것이다. 정부의 행동 그리고 발언이 국민의 뜻을 반영치 못한다는 판단을 상대방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제임스 피어론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성공하면 선거에서 표로 보상받고, 실패하면 표로 심판받는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하에서 지도자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정치인이 ‘표’로 처벌받을 수 있는 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청중비용이론’으로 명명된 그의 연구는 1990년대부터 하나의 정치학파를 이끌고 있다.

    몇몇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은폐했다. 무기가 가지는 ‘파괴적’인 속성을 강조해 사드 배치의 궁극적인 결과가 가져오는 평화의 모습을 가렸다. 가령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같은 말이다. 이 상황에도 정부는 지지율 8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는 통념에 따르면 사드 논쟁의 전말도 곧 밝혀질 것이다. 광우병 파동에서 ‘뇌송송구멍탁’이 선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국민들이 “두 번다시 속지 않겠다”며 당시 야당에 울분을 태운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 사드참외니, 성주 불바다니 하는 괴담의 진실이 밝혀질 때 정부는 상처받은 민심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땐 피어론 교수가 언급한 ‘심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사드가 배치된 성주군 소성리 인근에서 열린 사드배치 촉구집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사드가 배치된 성주군 소성리 인근에서 열린 사드배치 촉구집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