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계, 1년 평균 고소 고발만 수십 건...정부 대안 모색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 지난 5월 사설구급차 기사가 서울의 한 병원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운송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시신은 시트로 감싸져있고, 그 위에 담요를 덮어놓았다. 사진 뉴데일리DB
    ▲ 지난 5월 사설구급차 기사가 서울의 한 병원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운송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시신은 시트로 감싸져있고, 그 위에 담요를 덮어놓았다. 사진 뉴데일리DB


    사망자들의 시신을 운구하는 영업권을 놓고 이를 규제하는 관련 법령이 서로 달라, 사설구급차와 특수여객(=장의차)업계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장의차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와 사설구급차를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도 문제점을 인식, 협의를 하고 있지만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합리적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안을 내놔야 하는 정부부처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업계에서는 매년 수 십 건의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사설구급차를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감염‧위생예방 매뉴얼’이 없어도 응급환자와 사체를 같이 영업(이송)할 수 있다”고 말해, 국민 보건과 위생을 책임져야 하는 중앙 부처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염력이 있는 질병으로 숨진 시신을 옮긴 사설구급차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소독을 하지 않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한다면, 보건복지부의 상황 인식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시신과 응급 환자를 같이 이송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국특수여객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불법 시신 운송 행위’를 이유로 사설구급차 운영업자를 고발하는 건수는 한 해 평균 40~50건에 이른다. 반면 사설구급차 업계는 장의차 사업자들을 영업 방해로 맞고소하고 있다.

    지난 5월말 서울의 한 병원에서는 사설구급차 기사와 특수여객(장의차) 기사가 시신 운구 영업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당시 분위기는 언쟁을 넘어 몸싸움 직전까지 갈 만큼 험악했다.

    이들이 싸우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과 법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3조에 따르면 시신(유골 포함)은 특수여객 사업자만 운송할 수 있다.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다. 해당 조항은 ‘구급차는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료기관 등’에 이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의료기관 ‘등’에는 ‘장례식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포함된다고 법제처는 해석을 내렸다.

    사설구급차들은 바로 이 ‘등’에 대한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국과수와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 상식으로 볼 때 사망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과 응급환자를 함께 태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응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제처 유권 해석에 따르면 사설구급차도 응급환자와 시신을 함께 운송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감염 및 위생 예방 매뉴얼 같은 대책 없이도 시신을 이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사설구급차가 ‘시신 운구 영업’에 목매는 이유...‘높은 운임’

    장의차 업계가 도맡아 온 사신 운구를 놓고 두 업계가 생존을 건 날선 다툼을 벌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근 교통사고 건수가 줄고, 119구급차가 증가함에 따라 사설구급차의 수요는 많이 감소했다. 수익이 줄어들면서 사설구급차 사업자들이 ▲미터기 조작 ▲긴급 택시 대행 ▲119도청 등 각종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급기야 정부는, 사설구급차 운임비 산정방식을 ‘미터기’ 기준으로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사설구급차 사업자들이 사신 운구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장의차 업자들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경찰과 유가족의 요청으로 국과수 혹은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운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20~30만원 수준이다. 사설구급차 업자들이 미터기를 기준으로 받는 운임보다 보통 2~3배, 많게는 4~5배 높다. 경제난에 처한 사설구급차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시장인 셈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사설구급차는 반드시 ‘미터기 요금’을 받아야 하지만, 시신 운구만은 ‘운행 건 수’를 기준으로 운임을 산정한다는 것.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시신 운구의 경우에도 법령 개정의 취지에 맞게 미터기를 기준으로 운임을 산정해야 한다”며,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을 주문했다.

    특수여객업계는, 국과수와 장례식장을 ‘의료기관 등’에 포함된다고 본 법제처의 해석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