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전 CBSi 대표, 민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확정 논란2000년 CBS노조 파업 당시 사측 편 들어 노조 반발 샀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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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욱 전 CBSi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허욱 전 대표에 대한 방통위원 추인안을 의결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치면 상임위원으로 공식 임명된다.

    민주당은 지난 22일까지 방통위 상임위원 지원자 공모를 거쳐, 최종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친 후 23일 허 전 대표를 내정했다.

    허 전 대표는 CBS보도국 기자 출신으로 경제부, 기획조정실 거쳐 CBS자회사인 CBSi 대표를 지냈다. 퇴직 후엔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업코리아> 편집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엑스퍼트컨설팅 가치경영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고심 끝에 확정한 후보가 허욱 전 CBSi 대표?

    지난 2월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방통위원 후보자로 낙점했다 당 내부 이견으로 보류한 민주당은, 공모 기간을 수차례 연장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끝에 무려 4개월 만에 최종 후보자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고심 끝에 내세운 인물이 허 전 대표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의 선택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허 전 대표는 CBS노조 사무국장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 CBS노조 파업 당시 사측의 입장에 서며 노조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이에 허 전 대표의 인선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노조 측에선 "경악을 감출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80해직언론인협의회 등은 23일 성명을 내고 "허씨는 CBS 10개월 파업 당시 대다수 동료 조합원들에게 등을 돌리고 경영진에 붙어 지탄을 받았던 경력의 소유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허 전 대표가 보수 성향의 매체 <업코리아> 편집국장을 지냈다는 범상치 않은 이력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이같은 허 전 대표의 면모를 살펴볼 때 진보 성향의 민주당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할 만한 요소가 전무하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방통위원 인선 배경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민평련은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도했던 계파로, 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실세' 역할을 했던 핵심 계파를 가리킨다.

    익명의 정치 관계자는 "원로 언론계와 언론노조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허 전 대표를 상임위원으로 밀어붙인 것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 (허 전 대표를)강하게 푸쉬하는 세가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앞서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이 민주당 방통위원 후보자로 낙점됐을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새 정부 인사방향에 맞는 젊고 참신한 인물을 알아보라"는 말로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사실도, '막후에서 인선 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변상욱 CBS보도국 대기자가 허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상황도 민주당의 허 내정자 인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상욱 대기자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허욱 내정자가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약해도 방송계 선후배들에겐 일찍부터 주목받은 인물"이라며 "개혁 과제를 앞둔 방통위에 필요한 인재가 맞다"는 호평을 내렸다.

    이어 26일에는 "저는 2000년 CBS파업 사태 때 사장퇴진 간부서명을 주도해 징계를 받고 보직사표를 내고 노조에 재가입했다. 9개월 파업투쟁을 이끈 당시 노조위원장은 민경중 외대교수다. 우리 두 사람이 (허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걸로 항간의 오해를 살펴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장관급인 위원장 1명과 차관급 상임위원 4명 등 총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을 각 지명하고 국회 여야가 각 1대2 비율로 추천한다.

    현재 방통위는 자유한국당 추천 몫의 김석진 위원과 대통령 지명 몫인 고삼석 위원 등 2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민주당이 오늘자로 허욱 내정자 인선을 확정지으면서 방통위 공석은 위원장과 국민의당 추천 상임위원 1명 등 2석만이 남은 상태다.

    국민의당은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추천했다가 자격요건 논란 등으로 인해 철회하고 다시 재절차 공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