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黨 쪼개지는 소리에… "이대로는 지방선거 패배 피하기 어려워"
  •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당대표 선거를 통해 화려한 정치 재기를 노리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대구·경북 지역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TK 지역의 희망이 되겠다"며 대구에서 마지막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통합을 이루기 위해 TK(대구·경북)의 문을 다시 두드린 셈이다.

    홍 전 지사는 이날 경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서울에서 정치를 했고, 태어난 경남에서 했다"며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의 뒤를 이어 정치 무대를 대구·경북으로 옮겨봤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6월 22일 인천공항에서 귀국했을 때 2천여 명의 환영객이 있었다"며 그분들을 보며 호랑이 등에 올라타 내릴 수가 없게 됐다는 생각과 (그분들이) 대한민국 우파 결속의 중심이 돼 버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부족한 탓에 정권은 넘어갔지만 이 나라를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의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이 보수 우파 정당의 궤멸을 막아준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저희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당 재건으로 보답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전 지사는 경남도지사직을 내려놓은 뒤 줄곧 TK를 우선시 했다. 그가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곳 역시 대구 서문 시장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서울 동대문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남도지사를 지낸 그가 정치인생의 종점을 TK로 낙점한 것이다. 왜였을까.

    이 같은 홍 전 지사 발언의 배경에는 지역에 따른 계파를 뛰어넘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TK 지역을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특징 탓이다. '보수 대통합'을 위해 홍 전 지사가 TK 지역을 텃밭으로 만드는데 손을 걷어붙였다는 얘기다.

    앞서 홍 전 지사는 보수진영에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던 상황에 등판, '보수대통합'을 가치로 내걸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24% 득표율을 보였다. '동남풍이 불어야 보수가 뭉칠수 있다'는 전략을 근거로 영남권 지역을 집중적으로 유세한 결과다. 

    '보수대통합'을 위해 그가 먼저 찾았던 대구와 경북 지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탄핵 정국에서 TK 지역은 탄핵 반대 여론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았다. 이 지역에서는 탄핵 반대가 51.4%, 탄핵 불복이 32.8%로 집계된 여론조사도 있었다. (매일신문·TBC가 폴스미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3월 11일~12일 TK지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36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6%포인트, 응답률 4.3% 였다.)

    대선 승리를 갈망하던 홍준표 전 지사는 친박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첫 대구 유세가 있었던 지난 4월 17일, 홍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포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에서는 지겟작대기라도 써야한다"며 친박계와 한 배를 탄 것이다. 대표적 친박 의원인 김진태 의원은 대선 경선에서 비박 성향의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홍준표 전 지사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홍준표 전 지사는 이후 TK에서 타오른 보수 민심이 PK로 전해지고, 충청을 넘어 서울로 옮겨 붙기를 바랐다. 그는 가는 곳마다 "홍준표를 찍어야 자유대한민국이 산다"고 외쳤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 드러난 PK(부산·경남) 민심은 이미 좌파 진영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홍 전 지사는 민심을 뒤집기 위해 대선 기간 내내 부지런히 지역을 방문했으나, 대선 결과 홍준표 후보는 부산지역에서 32%만을 득표했다. 38.7%를 기록한 문재인 대통령에 6.7% 가량 뒤쳐진 결과다. 

    결국 홍 전 지사가 문 전 대통령에 앞서 보수를 통합한 지역은 대구·경북·경남으로 한정됐다. 홍 전 지사가 부르짖은 '보수대통합'은 미완의 완성으로 남은 셈이다.

    동상이몽이었던 홍준표 전 지사와 친박계 간 휴전은 대선 패배 이후 일부 친박계 인사는 책임론을 물어 홍준표 전 지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끝이 났다. 뒤이어 당권을 둘러싼 양측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친박계는 끊임없이 책임론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홍준표 전 지사도 '친박 청산'을 외치며 맞대응을 폈다. 그는 친박을 '극히 일부'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들을 '국정 파탄 세력'으로 지목했다. 정치적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홍준표 전 지사는 딜레마에 빠졌다. '친박 청산'은 넓게 보면 '보수대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바닥 민심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어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본진'에 온 듯 하지만, 대선 당시 민심이 지금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최근 바른정당 정병국 전 대표가 쓴 자서전 속 '홍준표 전 지사의 바른정당 입당 타진 설'이 크게 논란이 되는 것도 홍 전 지사의 '친박 청산' 주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병국 의원은 자신의 저서에서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에서 친박을 몰아낼 테니 이후 당을 합치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지는 않았다"고 했다.

    결국 홍준표 전 지사가 전당대회를 통해 TK를 다시 한 번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K 민심이 홍 전 지사에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진정한 의미의 '친박 청산'과 '보수 대통합'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전 지사가 이날 "이번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저를 신임 해주셔야 된다. 그렇게 해야 그 힘으로 쇄신을 저해하고 방해하는 세력을 물리치고 쇄신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 역시 친박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자유한국당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적지 않다"며 "지난 18대 대선, 19대 국회 때의 지지율을 회복할 보수대통합을 위해서는 TK와 PK, 수도권을 관통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보수 분열 구도가 계속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 패배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팽배하다"며 "자강만큼이나 통합 역시 범보수 진영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