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성과 낙관 "트럼프와 통화할 때부터 아주 느낌 좋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각)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이륙한 대통령전용기 기내에서 동행기자단과 약식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각)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이륙한 대통령전용기 기내에서 동행기자단과 약식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단계적 접근법'을 재차 제시할 것으로 보여, 정상 간의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한국시각) 대통령전용기 기내서 동행취재단과 가진 약식간담회에서 "(북한의) 핵동결이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면 한미 간에 동결에 대해서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라며 "이런 것이 앞으로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법에 있어 '단계적 접근법'을 재강조한 것이다. 핵동결을 북한과의 '대화의 입구'로 삼아, 종착역인 '핵폐기'까지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측이 선호하는 '포괄적 접근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원샷으로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지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쨌든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데,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가,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가 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아울러 "핵동결이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면 핵폐기가 될 때까지 여러 단계에서 '행동 대 행동'을 교환해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그 점(동결)에 대해 완전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한미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하는 단계에 간다면 또 한국과 미국은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이 한미 간에 협의해야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단계적 접근법'은 앞서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도 강조한 적이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전용기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단계적 접근법'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0일 오후에 있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를 설득하고 관철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의 성과를 낙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로 가장 빠른 방미"라며 "아직까지 정부가 다 구성되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조금 서두른 느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 개월 동안) 정상 외교의 공백이 컸기 때문에 하루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첫 한미정상회담의 의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공조 방안을 함께 찾아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상회담이)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처음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때부터 아주 느낌이 좋았고, 많은 면에서 나와 공통점이 있고 서로 잘 통할 것 같다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미국은 단계적 접근법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장이 이를 설득하려는 문재인 대통령과 회의감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간의 밀고 당기는 '밀당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은 북핵 위기가 불거진 90년대 초부터 제네바 합의를 통한 경수로 건설과 6자회담 등 각종 지원을 포함한 '단계적 접근'을 20여 년간 시도해왔지만, 동결을 빙자해 몰래 핵기술을 고도화해온 북한의 기만·사기극에 번번이 당해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월 17일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 1995년 이후 13억 달러를 북한에 제공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국과 우리 동맹국을 위협했다"며 "지난 20년 간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밝히는 등) 조건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