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사령관과 기념식수, 혹한기전투 기리려 '산사나무' 선택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29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장진호 전투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헌화는 붉은꽃과 푸른꽃을 반반씩 섞어 태극 문양으로 만든 화환을 통해 진행됐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29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장진호 전투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헌화는 붉은꽃과 푸른꽃을 반반씩 섞어 태극 문양으로 만든 화환을 통해 진행됐다. ⓒ뉴시스 사진DB

    미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DC에 소재한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로 첫 일정을 시작하며 "장진호 용사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고 한미동맹을 한껏 추어올렸다.

    취임 50일 만에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 미국 순방 일정의 첫 순번인 장진호 전투기념비 앞에서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며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측의 반응도 호의적인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즉시 장진호 전투기념비로 향했다.

    장진호 전투기념비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꼭 와보고 싶은 곳에 드디어 왔다"며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흥남철수작전이 성공했고, 피난민 중에는 내 부모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흥남철수작전으로부터) 2년 후 나는 거제도에서 태어났다"며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내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아울러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라며 "그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그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처럼 개인적인 인연으로 기념사를 풀어내기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한미동맹 강화 방향으로 끌어갔다. 30일 백악관 환영만찬과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흥남철수작전 때 미국 선박을 통해 피난한 모친으로부터 인용해 "항해 도중인 12월 24일, 미군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더라"며 "그 참혹한 전쟁통에 그 많은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준 따뜻한 마음씨가 늘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며 "한미동맹은 나의 삶이 그런 것처럼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29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장진호 전투기념비에 조각된 장진호 전투의 장면장면들을 당시 해병 이병으로 참전한 스티븐 옴스테드 퇴역 중장의 설명으로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29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장진호 전투기념비에 조각된 장진호 전투의 장면장면들을 당시 해병 이병으로 참전한 스티븐 옴스테드 퇴역 중장의 설명으로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나아가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다"고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원고에 줄을 그으며 직접 내용을 수정할 정도로, 순방의 '첫 번째 단추'에 해당하는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 일정에 주의를 기울였다. 당초 40분으로 예정됐던 일정을 70분간 진행할 정도였다.

    로버트 넬러 미국 해병대사령관은 "장진호 전투가 대통령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가족이 우리 해병1사단과 맺은 개인적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줘서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우리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함께 극복해나갈 것을 기대한다"며, 우리말로 '같이 갑시다'를 외쳐 눈길을 끌었다.

    기념사를 끝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넬러 사령관은 함께 기념식수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식수할 수종(樹種)으로 산사나무를 선택했다. 한겨울에 붉은 열매를 맺어 '겨울의 제왕'이라 불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사나무의) 별칭이 '윈터 킹'"이라며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수종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함께 기념식수를 할 넬러 사령관에게 "도착하자마자 여기에 왔다"고 말했고, 이에 넬러 대장으로부터 "한미 양국의 해병대는 형제와 같다"며 "부르면 언제든 우리는 달려가겠다"고 안보 공약을 간접적으로 재확인받기도 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에 이병으로 참전했던 스티븐 옴스테드 미국 해병대 퇴역 중장의 안내로 전투기념비에 조각된 장진호 전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직접 설명받았다.

    배석했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옴스테드 중장 앞에서는 특별히 대통령이 고개를 거의 90도 가까이 숙이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며 "대통령이 행사에 대해 진심으로 의미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