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미 첫날 투자·구매보따리 푼 경제인들에 차담회 격려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한국시각)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미국 순방에 동행한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한국시각)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미국 순방에 동행한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한 경제인들이 험한 한미관계의 '다리' 역할을 맡게 될까.

    방미 첫날 경제인들과 관련한 일정을 잇달아 연 문재인 대통령은 30일로 예정된 백악관 환영만찬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우호적 분위기 조성의 '역할'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한국시각)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준 LG부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 경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상공회의소에서 한미 비즈니스 서밋을 가졌다.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가 목전에 다가왔는데도 이 자리에는 토마스 도너휴 미국상의회장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존 라이스 GE부회장 등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 17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박용만 회장의 환영사가 특히 주목을 끌었다.

    박용만 회장은 "미국에 사이먼과 가펑클이라는 전설적인 2인조 그룹이 있다"며 "그들의 대표곡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처럼 양국 기업인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국가와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해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명곡 중의 하나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를 박용만 회장이 거론한 것은 △사드 배치 논란 △문정인 특보 돌출 발언 △대학생 웜비어 고문치사 등 이른바 '3대 악재'로 기우뚱거리는 험난한 한미 관계에 경제인들이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서밋에 참석한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 39지구에 소재한 CJ푸드의 만두공장을 의식한 듯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우리말로 외치며 인사해, 문재인 대통령의 환한 웃음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의회의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다.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과는 지난달 31일 면담했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논란만 벌였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관련해서는 '홀대설'이 제기돼 해명하느라 마음고생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하원의 외교위원장인 거물급 정치인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의 우리말 인사는 경제인이 가교가 되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로이스 위원장은 이날 "경제적 중요성으로 봤을 때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한미FTA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미국에 큰 기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좋은 사례가 내 선거구의 CJ푸드 사례"라며 "27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며 정말 맛있는 만두를 호주·남미·아시아로도 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경제적 동맹이 남캘리포니아 지역민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관심이 크다"며 "역사적인 방미 일정을 시작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해달라"고 참석자 전원의 기립박수까지 유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이번 미국 순방에 있어서 경제인들을 가교로 삼아 관계를 풀어볼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방미 첫 일정인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에 뒤이어 바쁜 일정을 쪼개 순방에 동행한 경제인들과 이례적인 차담회 자리를 가진 게 그 반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50일을 맞는 동안 국내에서는 경제인들과 이렇다할 대화의 자리를 가지지 않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앞서 워싱턴DC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경제인 차담회에서 인사말도 제쳐놓고 테이블마다 돌며 참석한 경제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어 "바쁜 가운데 아주 먼 길을 함께 해줘서 감사드린다"며 "기업하는 분들을 가장 먼저 모시고 싶었는데 이제야 뵙게 됐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이 나를 친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 나는 친기업"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믿고 더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제인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모양새다. 이번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들은 통큰 미국 투자계획을 풀어냈다. 이는 30일 오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한 52개 기업은 2021년까지 5년간 128억 달러(14조6000억 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항공기 구입 등 224억 달러에 달하는 구매도 병행한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전공장을 설립하며, LG전자는 테네시주에 2억5000만 달러 상당의 가전공장을 건설한다.

    구매 분야에서는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통해 102억 달러 상당의 보잉사 민항기 50대를 추가 구매해 노선망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SK는 2020년부터 미국산 LPG와 LNG를 매해 18억 달러 규모로 신규 도입하고, GS칼텍스는 1억1800만 달러 상당의 240만 배럴의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를 도입한다.

    "한미정상회담이 중요한 시점에 이뤄지게 됐다"고 지적한 도너휴 미 상의회장은 이러한 우리 기업의 대대적 투자를 의식한 듯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전략적 관계를 강화시키는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