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굶는지 걱정해 대신 면회하고 돈 전달…군부대 간부들도 눈감아 줘
  • ▲ "돼지 먹고 싶어?" "네, 먹고 싶어요…." 북한군 병사를 찾은 김정은. 최근 북한 군부대 주변에서는 '대리면회'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뉴데일리 DB.
    ▲ "돼지 먹고 싶어?" "네, 먹고 싶어요…." 북한군 병사를 찾은 김정은. 최근 북한 군부대 주변에서는 '대리면회'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뉴데일리 DB.


    한 때 한국 군부대 주변에는 ‘대리 면회’라는 것이 있었다. 군부대 인근의 다방 여종업원 등에게 돈을 주고 가족 또는 애인인 척 면회를 신청해 외출허가를 받는 것이었다. ‘대리 면회’를 자주 활용한 것은 주로 병장들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북한군에서도 ‘대리 면회’가 성행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유는 한국군과 다르다. 군대에 보낸 자녀들이 끼니는 제대로 때우는지, 건강한지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5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 “거리가 너무 멀어 군에 간 자녀의 면회를 가기 어려운 부모들 중에는 자녀가 근무하는 부대 인근 주민들에게 적당한 수고비를 주도 대신 면회를 부탁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북한군 전방부대 주변에는 군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대신 면회를 해주는 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 가운데는 도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것보다 (대리 면회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많다”면서 “집과 멀리 떨어진 산간 오지에 있는 군부대까지 자녀 면회를 가려면 통행증을 발급받고, 열악한 교통사정으로 며칠씩이나 걸려야 하는데 직장을 빠질 수가 없으니 면회를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군에 있는 자녀들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도록 먹을 것과 돈을 전해주기 위해 면회를 가는 것인데, 직접 갈 수가 없으니 부대 인근 주민에게 돈을 보내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대리 면회’도 사는 게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대리 면회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해당 병사의 가족이라고 면회를 신청하지만 부대 관계자들은 가짜 친인척 인줄 안다”면서 “그래도 대부분 면회를 허용해 준다”고 전했다.

    부대 간부들은 어차피 병사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니까 차라리 면회를 통해서라도 부대의 열악한 급식사정을 완화시켜보려는 뜻도 있고, 면회 신청이 많아지면 간부들에게도 먹을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한국군에서 ‘대리 면회’가 사라진 것이 이미 20년도 넘었다. 특히 이동통신 발전과 도로망 확충으로 ‘통신축선 대기’나 ‘위수지역 엄수’ 같은 원칙들이 무의미해지고, 군 또한 장병들에게 규정에 따라 외출·외박을 허용해주면서, ‘대리 면회’와 같은 편법을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