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거두지 못한 채 양측 할 말만... 靑 "허심탄회한 대화에 만족"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앞에서 적극적인 '중국 띄우기'까지 했는데도, 첫 한중정상회담은 양 정상이 원하던 소정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서로가 할 말만 '허심탄회'하게 하고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이후 첫 한중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중국 측이 우리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이에 따른 사드 배치 등으로 최근 양국 관계가 긴장돼 있는 것을 반영한 듯 시진핑 주석 이하 중국 측 참석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기 위해서인지 모두발언에서 이례적으로 "우리 언론이 있는데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의 국영기업 상하이셀비지가 세월호 선박을 무사 인양했다"며 "그 작업은 정말 어려웠는데 상하이셀비지가 초인적인 노력으로 세계에서 유례없이 가장 빠르게 무사인양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셀비지에 직접 독려도 해준 것으로 아는데 이 기회를 빌려 감사드린다"며 "상하이셀비지의 노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한국민들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상하이셀비지를 언급하자 고개를 크게 연신 끄덕였다. 배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굳었던 표정이 풀리며 작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었다.

    시진핑 주석도 "문재인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을 인용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큰 정치적 소신을 밝혀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부드럽게 이끌기 위한 양국 정상의 모두발언에서의 이례적인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양 정상은 예정된 4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서로의 요구 사항만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날 한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보복 철회 △G20정상회의에서 북한 관련 공동성명 채택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추가적인 역할 수행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각종 제약으로 인해 양국 간의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진핑 주석이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경제 보복을 철회해달라는 이 요청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치 않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당면한 함부르크에서의 G20정상회의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G20정상회의가 경제 문제를 다루는 장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회의 직전에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참석한 정상들이 제재·압박과 함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피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대한 사건이라는 것을 감안해 G20정상회의 중에 정상 간의 공동의견을 도출할 수 있을지 협력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G20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결의를 담아달라"고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최근 시진핑 주석과 환영만찬·정상회담·실무오찬을 거친 메르켈 총리는 "모든 국가가 동의한다면 최종공동성명 채택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시진핑 주석의 '원론적인 입장'은 사실상 '부정적인 반응'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인식의 간극은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를 요청하는 대목에서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한다"면서도 "앞으로 중국이 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해달라"고 요망했다.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이 지금까지의 역할에 더해, 조금 더 기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었는데, 이날 이 말이 나오자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지금까지 충분하게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발끈했다.

    나아가 "북한과는 혈맹 관계이고, 한국과는 25년 전에 수교했다"며 "북한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충분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요청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일축한 시진핑 주석은 거꾸로 우리 측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주제인 사드의 배치 철회를 압박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한중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가 곤란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한중관계의 장애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했다.

    '사드'를 직접 지칭하지만 않았을 뿐, 사드의 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에 배치된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적 정당성으로 시간을 확보한 만큼, 그 기간 중에 북핵 동결 등 해법을 찾아내게 되면 사드 배치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일단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국 정상은 원론적인 부분을 제외한 구체적 의제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첫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중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두 정상은 처음 만남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크게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외교적 수사'로 서로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양국 간에 '이견 있는 부분'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고위급 채널 등을 통한 다양한 소통을 강화해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