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리트 세션서 규탄 발언…"北, 세계평화 최대위협"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의 정상간 세션에 참석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의 정상간 세션에 참석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테러리즘 대응을 논의하는 G20정상회의 리트리트 세션에서 북한을 "세계평화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칭하며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한미일 3국정상 만찬회동에서 합의한대로 북한 관련 내용의 공동성명 채택을 시도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 독일과 중국 등은 미온적 반응을 보인 바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수가 참가국 정상들 사이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메세 컨벤션홀에서 개막한 G20정상회의의 첫 정상간 세션인 리트리트 세션에서 "예정된 주제는 아니지만 G20 공동의 관심과 행동이 요구되는 또 하나의 중대한 도전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은 G20정상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전세계를 위협했다"고 문제제기했다.

    아울러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이야말로 안보리결의 등 국제규범과 세계평화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며 "핵 문제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감안할 때,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G20 정상들이 이 문제에 공동대응하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리트리트 세션은 세계경제 문제를 다루는 G20정상회의의 원래 주제와 관계없이, 의장국이 자유로이 주제를 정할 수 있는 자유토론 성격의 세션이다.

    이번 회의의 리트리트 세션 주제 '테러리즘'은 의장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선정했다. 최근 런던·파리·베를린·브뤼셀 등 유럽 주요 대도시가 테러의 불길에 휩싸이는 등 유럽 전역이 테러 위협에 몸살을 앓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테러리즘을 논의하는 리트리트 세션이 북한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기에 최적의 무대인 것으로 판단하고 발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여러 정상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단호히 대응한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유엔안보리 결의 등을 다함께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테러에 대항하는 공동 의지의 천명과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 등 언급하며 자연스레 북한 문제로 화제를 전환한 것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을 국제적인 테러와 동렬에 놓는 효과까지 거둬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정권이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면서 비핵화의 길을 선택하면 안전과 발전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이 또한 공동성명에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트리트 세션에서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북한 문제를 G20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 채택하려는 한미일 3국 간의 첫 시도가 시작됐다.

    G20정상회의의 본래 주제는 세계경제 문제이기 때문에, 참가국 정상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야 기술적 포함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만찬회동에서 북한 관련의 공동성명 채택을 시도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개 국이 넘는 정상들이 모였는데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도 강력하게 말하겠다"고 거들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향후 이틀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의장국 독일과 중국은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0정상회의 중 정상 간의 공동의견이 도출될 수 있을지 협력적 자세로 임하겠다"고 엄격한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했다.

    메르켈 총리는 "G20 모든 국가가 동의한다면 최종공동성명 채택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모든 회원국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과 유엔안보리 결의를 따라야 한다고 기술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