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에 우리 기업 진출 요청,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관심… "북핵 문제는 실용적, 신중하게"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의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메세 컨벤션홀 내 양자회담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의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메세 컨벤션홀 내 양자회담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로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변 4강 정상과의 만남을 일단락지었다.

    푸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극동·연해주 개발과 투자·교역 촉진 등 경제 문제에 깊은 주의를 기울였다. 역내 안정을 바라는 입장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주 신중할 것"을 당부해, 대북 제재·압박에의 협조를 끌어내기에는 다소 간의 난항이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메세 컨벤션홀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실무오찬 직후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약 5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상 외에도 막심 오레슈킨 경제개발상과 러시아의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사장을 대동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한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 수치까지 인용해가며 양국 간의 경제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로 볼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4위"라며 "지난해에는 무역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올해 1/4분기에서 36% 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더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극동 개발 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 간의 호혜적 협력을 발전시켜나가자"고 제안한 푸틴 대통령은 9월초에 열릴 동방경제포럼에 문재인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했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연해주의 핵심 항만 도시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경제포럼으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주관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정책 홍보가 주목적이다.

    이날 한러정상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진 것도, 문재인 대통령을 동방경제포럼에 주빈으로 초청하기 위한 의미라는 설명이다.

    초청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해줘서 감사하다"며 "기쁜 마음으로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누겠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나아가 "극동 개발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조금 더 실질적으로 증대시켰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제시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이 포함돼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제시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이 포함돼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톡 자유항과 연해주 선도개발구역에 진출하기로 한 우리 기업들을 환영하는 한편, 조선업과 시베리아횡단철도 현대화 프로젝트 등에도 우리 기업들이 참여해달라는 희망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임한 뒤에 공약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부터 러시아의 연해주를 포함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에 대한 주의를 환기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러정상회담에서 이처럼 경제 문제에 집중한 것은, 최근 3년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적 침체의 탈출구를 극동에서 찾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 반도를 빼앗은 이후,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의 경협을 전면 중단하고 나섰다. 경제활성화와 사회간접자본 정비 등을 위해 외자 유치가 필요한 러시아로서는 극동 개발에 역내 국가인 우리나라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러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도 언급됐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공들이는 연해주 개발의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는 역내 안보 상황의 불안정을 경계하는 심리가 뚜렷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동북아 전체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좀 더 강도높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고 협상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아주 예민한 문제"라며 "자제력을 잃지 말고 실용적으로, 아주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러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 4강과의 외교 '1순환'을 마무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월말 방미를 통한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한일·한러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개월 만에 주변 4강과의 정상외교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