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SNS…10명 중 3명 경험, '좋아요' 여전히 배고파
  • 10명 중 3명 정도(31.7%)가 ‘SNS 피로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 10명 중 3명 정도(31.7%)가 ‘SNS 피로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 12일 출근길에 찾은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철 내부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학생, 회사원 등 승객들은 그 속에서 빈틈을 찾아 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 쪽에 시선을 두어도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이었다. 대다수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어플을 켰다. 그 중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지웠다, 쓰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토씨에도 신중해 보였다.

    #. 백승룡(28) 씨는 회사에 도착해서도 틈틈이 SNS 관리에 신경을 쓴다. 포스트 하나를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를 얼마나 눌러줄지 노심초사하며 핸드폰을 수시로 들춰본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사회적 우월감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업무 시간에도 페이스북에 정신이 팔려 고객에게 실수를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면서 “자기 전에도 시간을 많이 뺏겨 새벽에 잠들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발달과 스마트폰 도입으로 ‘SNS 피로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질병이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기존에는 SNS를 통해 다양한 사용자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돼 왔다면 최근에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채원(26·여) 씨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 항상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면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거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대로 박진우(23·대학생) 씨는 “대기업 명함 인증이나 외제차, 명품 브랜드 제품 등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SNS에 부담감을 느끼고 때로는 피곤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SNS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만 19세~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SNS 이용 및 피로도’와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 정도(31.7%)가 ‘SNS 피로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남성(26.9%)보다는 여성(36.4%), 특히 20대 여성(39.2%)과 30대 여성(38.4%)이 느끼는 피로감이 큰 편이었다.

    그래도 4년 전보다는 다소 나아진 분위기다. SNS 열풍이 고조되던 2013년, 잡코리아가 대학생 5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3.1%가 ‘SNS에 피로감 또는 부담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학생(67.5%)이 남학생(59.0%)보다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누군지도 모르거나 그다지 친분 없는 사람들의 친구 요청을 받는 것(16.1%),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것(1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공감이나 댓글·좋아요 등 좋은 반응을 기대하게 되고 반응이 없을까봐 고민하게 된다(12.7%), 타인과 생활수준·일상·댓글수 등을 비교하게 된다(9.1%),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너무 많이 알게 된다(7.7%), 실제에 비해 과장된 친분과 관계가 허무하게 느껴진다(7.6%)는 응답도 상당수 나왔다.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김주상 부원장은 네트워크 스트레스가 심해짐에 따라 SNS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SNS에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등 갈수록 많은 사람이 정보공개 및 개인 정보 노출에 심한 강박관념을 느끼고 있다”면서 “공개된 SNS 사용을 줄이는 경향도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