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시진핑 주석, '혈맹'이라는 단어 꺼낸 적도 없어"회담 배석자 "과거엔 선혈 나누는 관계..지금은 많은 변화 생겼다는 말"
  •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왔지만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던 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 동행기자단에게 "시진핑 주석이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면전에서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북한을 '혈맹'으로 지칭했다는 것은 중국이 25년 전에 수교한 우리나라와 혈맹국인 북한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에 다수 국내 언론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상보다 더욱 탄탄했다는 데 방점을 찍고, 향후 동북아 정세가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이 '혈맹'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일보는 15일 "한중 정상회담에 배석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시 주석은 과거엔 북한과 '선혈을 나누는 관계'였으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었다"며 "당시 혈맹이란 말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측 통역관도 "(북-중은) 피로 맺어진 우의 관계였다"고 한국어로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정부 당국자는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시 주석 발언의) 방점은 (북한과) 피를 나눈 관계지만 지금은 '변화했다'라는 뒷부분에 찍혀 있다"며 "지금은 (북-중 관계가) 더 이상 그런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시진핑 주석은 '혈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청와대가 '강력한 군사동맹을' 암시하는 '혈맹'이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브리핑하면서, 대다수 국내 언론이 중국의 고지식한 '대북인식'에 날을 세우게끔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처럼 청와대의 '혈맹 브리핑'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알려지자 국민의당은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과 관련해 민감한 실책을 연발하고 있다"며 강 장관의 '미숙한 언행'을 문제삼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당은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관계에 대해 '혈맹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밝혔고, 회담 직후 청와대도 혈맹 발언을 브리핑했지만, 정작 시 주석은 혈맹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혈맹 발언 등이 알려지며 G20정상회의 후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다시 형성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다름 아닌 우리 정부가 이를 자초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