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당신은 지갑에 지폐(紙幣)를 넣고 다닐 때, 그 지폐마다에 용도를 적어놓는가?
    그리고 그 씀씀이를 넘어서면 절대로 다른 지폐는 쓰지 않는가?
    예를 들어 각 지폐마다 ‘담배 값’, ‘택시비’, ‘수박 살 돈’ 등등을 적어놓고,
    그 물건 값이 초과되면 다른 용도가 적힌 지폐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질문을 ‘우문’(愚問)이라고 한다. 그러면 ‘현답’(賢答)이 따라야 할 텐데,
    아마 “나는 지폐 안 쓰고 ‘카드’만 갖고 다니는데...” 정도가 될 듯하다.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포털 등등 각종 매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 정부 고위당국자는 [7월] 13일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의 핵·미사일 전용 우려에 대해,
     “북한 근로자의 임금이 전용되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저도 [임금 전용 의혹이] 궁금해서 파악해봤는데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실명(實名)을 밝히지 않고 ‘정부 고위당국자’라는 익명(匿名)을 내세운 걸 보니,
    사전에 이미 ‘쪽팔릴 줄’은 알고 있었나 보다. 아니면, ‘개성공단 재개’를 띄우기 위한
    ‘흑기사’(黑騎士) 임무를 떠맡았던지... 
      
      개성공단이나 해외에 파견된 북녘 근로자의 임금, 그리고 남녘과 국제사회의 북녘에 대한 각종 지원[현금이건 현물이건]이 군사적으로 전용(轉用)되는가 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핵·미사일 개발에 쓰였느냐, 쓰였으면 얼마나 되느냐가 쟁점이었다.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한 번 따져보긴 해야 할 듯하다. 
  •   과연 북녘의 경제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 나라에는 ‘북녘은 공산주의 체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작자들도 많지만, 공산주의가 아니라도 그만이다. 그러나 북녘의 실질적인 주인은 누구였고, 누구인가? ‘백도혈통’(百盜血統)이 오야 노릇을 해왔고, 지금은 그 삼대 째인 돼지새끼가 건재하다는 사실까지 부인할 수 있나?
      따라서 ‘좃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그 인민(人民)의 이름으로 벌어들인 돈은
    일단 ‘돼지저금통’에 들어가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개성공단 북녘 근로자의 임금도 마찬가지일 건 조사해 보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달러로 지급된 임금을 북녘 근로자가 오롯이 자기 마음과 뜻대로 쓸 수 있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서두(序頭)의 ‘우문’(愚問)에 하나 더 추가하자.
      “서해(西海)로 흘러들어간 한강물과 대동강 물은 구분할 수 있는가?
    한강물에 포스트잇이라도 붙여 놓을 수 있는가?”
      사정이 이러할진대, ‘돼지저금통’에 들어간 개성공단 북녘 근로자의 임금이
     핵·미사일에 쓰였느냐, 몇 %나 전용되느냐는 부질없는 말따먹기에 불과하다.
    또한 증거가 있다, 없다를 따지는 자체가 속보이는 작태일 뿐이다. 그러니...

      탁 까놓고 “북녘 돼지새끼에게 어떻게든 잘 보여서 그 무슨 남북 간 ‘대화’(對話)라는 거라도
    한번 해 볼 요량이니, 개성공단을 얼른 재개해야 겄다”라고 했으면,
    국민들로부터 “미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속이지는 않을 모냥이네...”라는 반응은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과연 필요하냐, 또는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흐름에 비추어 합당한 조치냐 등을 따지기 이전에, 접근 방식 자체가 꼼수와 기만(欺瞞)이라는 점에 분개하는
    국민들도 많을 듯하다. 

      그렇기는 해도, 어차피 북녘의 ‘돼지저금통’이 결코 쉽게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확신(?)이 든다. 속절없이 또 다시 그 계절들이 돌아오고 있다. 
      며칠 전 기사 중 일부다.
  •   = 유엔 합동조사단의 북한 가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 강령군과 장연군 지역의 농경지 40%를 포함해 황해남도의 전체 재배면적 16%가 가뭄 피해를 보았다... 합동조사단은 “가뭄 등의 영향으로 황해남·북도와 평안북도 남포시 지역 어린이와 임산부, 수유모들의 영양 상태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에 긴급대응 지원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습독재정권도 ‘정권’이다. 무릇 인민을 다스리는 정권에게는 그 인민을 안전하고 배곯지 않게 할 책무(責務)가 주어진다.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 정권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단, 그 정권이 인민의 고난을 구제할 여력(餘力)이 없을 때, 국제사회와 이웃나라가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매년 거액이 들어간다는 돼지새끼의 사치품 수입은 배곯는 북녘 인민들의 처지를 돌아보면,
    능지처참(陵遲處斬)할 커다란 죄악(罪惡)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스커드-ER만 해도 1기 가격이 수십억 원이 넘고, ‘북극성-1호’나 ‘북극성-2호’의 경우에는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언젠가 필자가 썼던 글의 제목이다.
    “가뭄도 그들[돼지새끼와 그 언저리들]에겐 축복이어라!” 

      과연 가뭄에 그칠까? 뒤이어 태풍과 물난리,
    가을이 되면 ‘흉작’(凶作) 타령이 예약되어 있지 않은가. 매년 그랬다.

      그나마 남녘의 얼빠진 또는 ‘제5열’과 동질(同質)인 이른바 ‘평화·인도주의자’들이
    곳곳에 차고 넘치는 ‘쌀 곳간’을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시선이 두려운 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가? 그것이 궁금하기만 하다.
      언젠가는 곳간 문이 열릴 것이다. 과부(寡婦)가 애를 낳았어도 이유가 있다는데,
    어찌 핑계를 못 지어내겠는가. 아마 그 때도 북녘의 핵미사일은 여전히 날아다닐 것이다.
    글쎄, 돼지새끼가 못이기는 척하고 조용조용 차곡차곡 핵탄두와 미사일 갯수나 늘리려나...
      
  ‘돼지저금통’과 관련한 우울·씁쓸한 소식과 전망에 열이 치받칠 즈음...

  “미국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흔들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자체 제작한 영상물을 한국을 통해
북한에 송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복수의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미 행정부의 이런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가능성과 미지수를 오갈 뿐이란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판단과 그에 따른 실천은 국민의 몫이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