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맡겨야" 보이지 않는 곳, 사용자-고용자 갈등 심화
  • '을 대(對) 을'의 전쟁으로 표현되고 있는 최저시급 인상 문제.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오른 다음날, 본지 기자가 소상공인 운영 점포를 찾았다. 법정 시급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함이다. 최저시급 인상이 문제는 비단 경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이미 사회 문제까지 번져 있었다.

    #. 소월로 패스트푸드점

    오후 4시경 남산 인근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라 직원들과 사장이 함께 휴식 중이었다. 명함을 건네며 사장에게 어제 결정된 최저시급 인상에 대해 물었다. 사장은 "그것에 대해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가게에서 나가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한 시간 뒤 사장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전화로 의견을 말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아까는 그냥 돌아가도록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직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진심으로 직원들을 걱정하는 듯 했다.

    "최저시급 인상이요? 그거 반대한다고 직원들 앞에서 얘기했다가 직원들 마음만 상하고 나는 나쁜 사장만 될 꺼고 우리는 인상 반대해도 말을 못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관계가 나빠지잖아요." 최저 시급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작업장엔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분열도 생겨났다.

    #. 남대문 인근 카페

    "임금이 올라서 고용이 힘들어지면 가족들이 많이 돕게 되겠죠?" 지하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55)씨는 최저시급이 인상되면 사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정부 지원금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도 서류를 내야하고 복잡할텐데 애당초 최저시급을 인상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내년에는 커피 값이 더 오를 걸요? 안그래도 요즘 커피 값이 밥 한끼 값이라고 하는데..." 아르바이트생 3명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정 모(38)씨는 최저시급 인상이 감당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벌써 판매 품목 가격 인상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

     

  • 남대문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본지 기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남대문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본지 기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시청 인근 대기업 프렌차이즈

    명동에서 도넛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김 모 점장(39)는 "월급은 내가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랑은 관련이 없지만 본사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을 운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영업 이익이 적자일 때도 있지만 고용 효과나 전체 프랜차이즈 운영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이익이 나지 않아도 존재하는 매장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를 걱정했다. 그는 "내년부터 인건비 지출이 증가해 몇몇 점포에서 적자폭이 커진다면 동료들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 예견된 을과 을의 전쟁, 시장에 맡겨야...

    사실 이러한 문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예견됐었다. 폭스뉴스(Fox News) 등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 정부가 최저시급을 인상했을 때 몇몇 음식점 음식 가격이 올랐다. 또 미국 소상공인들은 "노동자의 관계를 위해 최저시급 인상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최저시급 인상이 가져올 이같은 결과에 대해 임종화 경기대 객원교수는 "건강한 고용 시장을 위해서는 고용주 입장에서 자율성이 있어야하고, 자율성이 있어야 탄력성도 생겨나는 법이며, 고용자가 압박을 받으면 안된다"고 평가했다.

    임종화 교수는 정부가 최저시급을 인상하고 소상공인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구조에 대해 "소상공인들에게 2중 3중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이같은 소상공 지원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용 문제를 시장에 맡기는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