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일시 중단 피해액만 1천억...영구중단 되면 4조원
  •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 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 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피해를 본 시공사들이 한국수력원자력 및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3개원간의 공사 중단으로 시공사 및 협력업체가 떠안아야 할 손해액은 1천억원, 영구중단의 경우에는 그 규모가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한수원 제5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들도, 공사 중단에 따른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부 이사는 “소송이 실제 벌어진다면, 청구금액은 조 단위가 넘어갈 것”이라며, “소송은 모두 회사에서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해 당사자 간 갈등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1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신고리 5·6호기 일시중지에 따른 기업 배상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한수원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므로 거기(이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한수원 노조는 “정부와 (한수원)이사회가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필요하다면 파업 등 강경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경영진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죄 적용 등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한수원 경영진 혹은 이사회로 떠넘기는 태도를 취하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수원 노조의 한 관계자는 "국가(산업통상자원부)가 강압적으로 공사를 일시 중단 하게끔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경영진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다가 결국 다 떠맡는 꼴이 됐다. 우리는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김정훈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9일 한수원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이 회사 경영진과 사전협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7일 열린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당시 A이사는 “정부(산자부)에서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협조공문을 보내기 전 (한수원)경영진과의 사전협의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회사 측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C이사는 “저도 공기업 기관장을 했었는데 정부 담당부서 관리자가 의견을 제시하면 사실상 거절하기가 어렵다”며, 공사 중단을 사실상 정부가 밀어붙였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김정훈 의원은 “이사회 회의록은 대형국책사업 일시중단이 일방적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은 한수원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에 자문을 구해, ‘공사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는 국가’라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위해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1조6쳔억원, 공정률은 26%이다. 24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공사는 3개월간 일시정지에 들어갔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1,700여개의 기업과 1만2,800명의 근로자도 일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