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확대→소비촉진→경제활성'…전문가들 "생산 과정은 어디로?"
  • 문재인 정부가 25일 '소득주도성장론'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했다.ⓒ사진=뉴시스
    ▲ 문재인 정부가 25일 '소득주도성장론'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했다.ⓒ사진=뉴시스

     

    "소득주도성장은 전세계가 실패를 증명한 정책, 왜 우리만 역행하나?"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결정·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 사상초유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해당 경제정책이 야기할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를 골자로 한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중심경제, 공정경제, 혁신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가계의 실질소득 증대를 유도해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은 15일 파격적인 최저임금(7,350원) 인상으로 그 스타트를 끊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영세·소상공인 부담 증가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일자리 안정지원 자금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앞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원 증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사상 초유의 국가경제 실험'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투자'란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하는 것으로, 임금 증가는 결국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져 투자 시장이 위축된다는 논리에서다. 또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이 소비자들의 투자로 직결된다는 가정(假定)을 담은 소득주도성장론은 국가정책을 바꿀 수 있는 확고한 논리적 기반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5일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에서 "임금은 근로자에겐 소득이지만 기업에겐 인건비 내지 생산비"라고 규정하며 "기업이 언제 도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산비용은 기업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항목"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통해 분배를 개선하지만, 역으로 분배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혼과 소비를 하지 않는 일본 초식남을 예로 들며 임금인상이 국내소비와 생산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15일 정부의 '17년 만의 최대폭 최저시급 인상'이 발표된 직후 영세업자 등을 중심으로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모양새다.

    '임금을 올려 소득을 높이고 이를 소비로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역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부작용이 벌써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1호 상장기업인 경방(옛 경성방직)은 최근 주력 시설인 광주 면사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다른 섬유기업 전방(옛 전남방직)도 공장 절반을 폐쇄하고 인력 600여명을 감축한다는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산업이 쇠퇴와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급작스러운 최저임금 인상방침이 내려지며 곧장 공장폐쇄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전방 측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사용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기업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은 지난 24일 고용주 6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최저임금 설문조사'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인건비 부담 등의 이유로 72.0%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생각하는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은 7,050원인 이었으며 내년에 실행될 최저임금(7,350원)보다 6.8% 낮은 수준이다. 다만 아르바이트생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였으나 그마저도 34.3%는 고용 감소로 인한 본인의 업무량 증가와 그에 따른 물가상승을 우려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자리 안정지원자금'을 지급한다는 급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이 역시 물가인상이나 국민세금부담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2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과반에 가까운 고용이 5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이뤄지는 반면 우리는 60% 가까이가 29인 이하의 영세 작업장에 고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고용률 감소)이 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소득성장론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핫이슈로 꼽힌 최저임금 인상 외에 비정규직 정규화, 공무원 채용 확대, 법인세 인상 등의 급진 정책과 관련해서도 "성장을 터부시하는 대안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민간일자리 감소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같은 성장 전략 없는 소득 우선은 결국 그리스 국가부도사태같은 꼴을 야기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의 회의적인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하루하루가 고단한 일반 다수 국민들이 세금으로 공무원을 평생 먹여 살려야 하는 황당한 일이 대한민국에 벌어진 것"이라며 "국가재정이 파탄나 나라 곳간이 비고, 미래세대가 빚 폭탄에 등허리가 휘게 되는 일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3당은 법인세 인상, 증세와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감세 경쟁을 펼치며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할 때, 우리만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성토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7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미 유럽과 남미에서 망한 제도"라고 꼬집으며 정부를 향해 "실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비정규직 양산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강성귀족노조 기득권 때문인데 이런 본질을 숨기고 기업에만 강요하니 기업들이 해외 탈주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 역시 "문재인 정부가 증세의 늪에 빠졌다"며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이는 선순환 경제에서 정부가 소득으로 수당을 높여 결과적으로 소득을 저해시키는 저순환 경제로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공무원 일자리창출에 대해서도 "소득이 주가 되는 정책 아래 국민의 혈세를 빼내고 증세로 조달되는 공무원 부문 일자리 창출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소득이 주가 되는 성장이 아닌 세금이 주가 되는 복지라는 비판을 경청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바른정당은 최근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국정과제 발표 당시 어디에도 증세에 관한 내용은 없었으며 대선 후보 공약시절에도 증세와 관련한 질문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말로 정부의 무책임한 증세론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