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서 전달 지시…美맥마스터, 금요일 밤인데도 이례적 빠른 회신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29일 새벽 동해안에서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같은날 현재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으로 묶여 있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사진DB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29일 새벽 동해안에서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같은날 현재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으로 묶여 있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하는 독자적 대북 제재 수단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오후 취재진과 만나 "한국과 미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우리 측이 지난달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제기했으며 미국 측도 당시 긍정적인 의향을 비쳤으나, 이후 구체적으로 협상에 돌입하는 등 진척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즉각 개시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의용 실장은 이날 새벽 3시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협의를 거친 뒤 알려주겠다"던 맥마스터 보좌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에 동의한다"고 통보해왔다. 미국 동부표준시로는 금요일 저녁 9시 30분에 이뤄진 통보다. 금요일 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백악관의 업무 문화를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측의 발빠르고 유연한 통보에 따라 향후 개시될 협상의 순항 또한 점쳐진다는 전망이다. 무모한 도발을 일삼고 있는 북한 김정은정권 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중국을 향해서도 유의미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는 달리,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돌입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에 사전 통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꼭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며 "사거리가 아니라 탄두 중량 관련이기에 주변국에서 과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느긋한 태도를 취했다.

    현재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으로 묶여 있는 지침의 개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좋은 것 아닌가"라며 "미국도 우리가 탄두 중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착수하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마치며 마무리발언으로 언급했던 독자적 대북제재 수단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우리 미사일의 보복 타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첫 수순은 미국과의 협의 착수다. 독자적인 제재 수단의 확보와 동맹국과의 공조는 역시 분리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고위관계자는 "(추가적이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한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은 방법이 있는지 곳간을 뒤져서라도 찾아보겠다는 생각"이라며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도 독자적 제재 방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